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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림 Sep 18. 2021

동네가게는 로켓배송보다 더 빠르다

동네가게 체험기 : 광명전기철물점

내가 사는 동대문구 휘경동은 높은 건물없이 소담한 골목길로 이어져 있다. 길 사이사이 동네의 역사를 간직한 노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철물점이, 화장품 가게가, 분식 집이, 동네 슈퍼가. 배달의 민족이나 마켓컬리 같은 걸로 주문하면 손쉽게 멀리 떨어진 대기업의 맛을 즐길 수 있지만, 나는 요즘 동네에서 돈 쓰는 걸 즐기는 중이다. 재난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25만 원. 나는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아주 오랜 시간 고민했다. 샴푸가 다 떨어지긴 했는데. 이참에 맛있는 걸 먹을까? 질문을 쌓다가 어디서 쓸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이 돈은 서울시 전체에서 사용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저 멀리 강동구 맛집을 찾아가 쓸 수도, 한강공원 앞 멋진 카페에서 쓸 수도, 하다못해 편의점에서 삼성 버즈를 사는데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쓰는 돈이 누구 주머니에 들어가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이왕이면 나와 같은 동네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았으면 좋겠는 마음인 거다. 그 동안 가보지 않았던 동네 가게를 하나씩 가보기로 했다.



**


 시작은 휘경동 286-334에 위치한 철물점이다. 광명 전기 철물점은 지하철역을 나와 우리집 가는 길목에 위치해 오고가며 500번쯤은 마주쳤을 것이다. 어쩌면 그 이상일테지만 가게에 발을 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 아주 가지런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할머니로 비춰지는 주인분이 호들짝 놀라며 맞이해 주셨다.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에 손님이 찾아와서 인지, 평균 연령보다 어린 손님이 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왠지 스스로 이 철물점에 왔다는 게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어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 빨래 건조대 사러 왔는데요."


 기존에 쓰던 건조대 이음새가 너덜너덜 해져서 새걸로 바꾸려던 참이었다. 주인 할머니는 여러 사이즈의 건조대를 보여주셨고 나는 제일 작은 사이즈를 골랐다. 왠지 입이 근질거려서 계산할 때 처음 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허허, 별다른 말 없이 웃으며 배웅해 주셨다. 나는 무사히 철물점 체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근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아뿔싸. 너무 작잖아.. 기존에 쓰던 것보다 높이가 두 뼘정도나 작았다.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안녕하세요! 방금 건조대 사갔는데요, 작아서 큰 걸로 교환하려고요."


 나는 다시 온 김에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생각해냈다. 여기 혹시 고무장갑도 있어요? 헐 있어요? 건전지도요. 네 작은 사이즈로요. 그렇게 건조대와, 고무장갑과, 건전지를 들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나는 철물점에서 고무장갑을 파는 지 몰랐다. 철물점과 고무장갑이라니. 그 관계성이 묘하게 안 어울리면서도 잘 어울렸다. 인터넷으로 시켰으면 교환하지 않고 그냥 썼을지도 모른다. 나는 새로 산 물건이 눈 앞에 있는데 이틀정도 더 기다려야 꼭 맞는 물건을 쓸 수 있다면, 그냥 어느정도 별로인 물건을 당장 사용하는 사람이 되곤 한다. 집 앞 가게여서 10분만에 교환이 성사되었다. 어쩌면 로켓 배송보다 더 빠른 건 동네 가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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