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그런 날

초라하고 비참했던

by AERIN


그런 날이 있다.


크게 나쁜 일이 생긴 건 아닌데

이상하게 되지 않는 날.

아침부터 감동이 있어 절로 감사했던 그런 날인데

조금씩 어긋나는 일들이 계속되는 그런 날.


좋았던 일마저 좋지 않은 일이 돼버리는 그런 날.


떡 하나 더준 단 심정으로 했던 일이

바보짓이 되었을 때

본의 아니게 끼니를 놓치게 되었을 때

차 마시며 후루룩 먹으려 했는데

바빠서 그조차 못했을 때

빠르게 정리하려 한 게 이상한 사람 취급 당했을 때

함께가 필요해서 용기 내서 던진 모든 것들에 거절을 당했을 때


괜찮아요


내가 했던 말들이다.

오늘 수도 없이 내뱉은 말.


아니, 안 괜찮다.


내가 원했던 그 시간에

다른 이가 즐거워하는 걸 보았고

용기 내었던 그 순간순간마다

그저 그런 존재 따위가 되었고

사소한 것 어느 것 하나 나를 위한 일이 없이

다 남을 위한 일만 하면서

그 일조차 당연한 일처럼 취급받는데


대체 뭐가 괜찮아!


안 괜찮다 했어야 했다.

나의 존재가 없는 곳이라면

다짐한 대로 가벼이 버림 되었다.


그런데,

버리지 못해서 내가 무너졌다.


새어 나오는 나를 서둘러 주어 담아 도망쳤다.

멍청한 내가 어김없이 멍청한 짓을 할 것 같아서.


안 괜찮다 말 못 하는 아둔한 존재라

매번 똑같은 일로 상처 나고 아물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우두커니 얼음이 되어 서있다.




탓하거나 원망하려는 게 아니다.

원망은 멍청했던 나를 탓해야지.

괜찮은 척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나를.


그렇다고 너덜해진 내가

어줍잖게 누굴 위해줘야 하는거지?


혼자인 것도 내 탓이다.

혼자 척은 다 했으니.



나를 아끼자 해놓고

말뿐인 아둔하고 미련한 멍청이.



#감정 #고백 #다짐 #하고싶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