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7. 2018
지금 세상은 가을을 번역중이다 by 이수정
구름이 태어나는 높이
나뭇잎이 떨어지는 순서
새를 날리는 바람의 가짓수
들숨과 날숨의 온도 차
일찍 온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고양이의 노란 눈동자
밤새 씌였다가 지워질 때
비로소 반짝이는
가을의 의지
고르고 고른 말
이상적인 배열과
충동적인 종결
각자의 언어로
번역되는 가을
여러 계절을,
시간을,
산을,
바다를,
각자의 언어로 그린다면
누군가의 목소리로,
눈과 귀로
말하고 또 듣고 읽으며
그렇게 누군가의 머리 속에
다시 한 번 그려진다면
...
여기까지 글을 쓰고 뒤는 이어갈 수 없었다.
정신없이 일에 치어
시에 대한 담아뒀던 감정들은 그대로 버려졌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눈, 코, 입 이상적인 언어로 담아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모습을 한땀 한땀,
내 머리 속에도, 글로 그려낼 수 있다면.
끝까지 전하지 못하더라도
내 가슴 가득 벅차오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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