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_멀리 가는 물

JUL 14. 2018

by AERIN



멀리 가는 물 by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썪을 대로 썪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 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 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어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서로 어울러 진다는 것.


나와 당신의 색이 섞었을 때

새로운 색이 만들어진다 했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했고

그렇게 만나는 이에 따라 조금씩 변해간다 했다.

바꿔서 서로가 맞춰야 한다며 날 억눌렀다.


그렇게 믿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웅장한 곡을 이루는

조화로운 오케스트라를 보며

사람이 함께하는 모습이라 생각하고 바랬었다.


그들은 자기 색을 잃지 않는다.

강약을 조절하며 자기 소리를 낼 뿐.

서로의 색, 소리를 버리지 않고

강약을 맞춰야 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물처럼 되고 싶다.

나를 잃고 싶지 않다.

강약을 맞춰 나아가길 소원한다.


그러길 빌어본다.



#1일1시 #100lab #044 #도종환 #멀리가는물

매거진의 이전글177_여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