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_사랑의 역사

FEB 28. 2019

by AERIN



사랑의 역사 by 이병률

왼편으로 구부러진 길, 그 막다른 벽에
긁힌 자국 여럿입니다

깊다 못해 수차례 스치고 부딪친 한두 자리는
아예 음 합니다

맥 없이 부딪쳤다 속상한 마음이나 챙겨
돌아가는 괜한 일들의 징표입니다

나는 그 벽 뒤에 살았습니다.

잠시라 믿고도 살고 오래라 믿고도 살았습니다

굳을 만하면 받치고 굳을 만하면 받치는
등뒤의 일이 내 소관이 아니란 걸 비로소
알게 됐을 때

마음의 뼈는 금이 가고 천장마저 헐었는데
문득 처음처럼 심장은 뛰고 내 목덜미에선
난데 없이 여름 냄새가 풍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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