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6_여름 이후

SEP 05. 2019

by AERIN



여름 이후 by 이종형

남아 있는 생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받고 싶은 일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뱉어내는 말보다 주워 삼키는 말들이 많아졌다

삶이 낡았다는 생각이 들자 내 몸에 새겨진 흉터가
몇 개인지 세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반성할 기억의 목록이었다

뼈에 든 바람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두려웠고
계절이 몇 차례 지나도록 아직 이겨내지 못했다

사소한 서러움 같은 것이 자꾸 눈에 밟히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했다

바싹 여윈
등뼈가 아름다웠던 사랑이 떠난
여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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