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한국사람 그녀, 과연 잡(Job)을 잡을 수 있을까?
2022년 7월 말,
미국 온 지 8년이 되었던, 일 할 수 있는 비자를 받았고 막내 아이도 초등학교에 다녀서, 구직활동 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 갖춰진 그때, 교육청 페이스북에서 취업, 고용박람회 같아 보이는, Hiring event가 있다는 것을 봤다. 슬슬 일자리를 알아보던 경단녀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10년의 경력 단절은 그렇다 쳐도 한국 토종 영어 교육의 산물, 한국사람 보통 영어를 장착하던 내가, 미국에서 그 흔하던 커뮤니티 칼리지(동네 전문대 정도 되겠다) 문턱도 안 밟아 봤는데 여기에 취업이 가능할까?
다각도로 고민할 필요없이 대충 생각만 해도 안 될 일이지만, 교육청에서 교사 말고 필요한 일자리가 무엇인지, 어떤 종류의 일자리가 있는 궁금하니까 굳이 가보기로 했다.
‘가서 볼펜이나 받아오자. 간 김에 팸플릿도 좀 챙겨 오고.’
나중에 커뮤니티 칼리지에 가려고 해도 전공을 선택해야 하니, 교육기관에 어떤 직무가 있는지 아는 것 또한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았다.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반바지에 슬리퍼 찍찍 끌고 간 Hiring Event.
건물 입구 안내 데스크의 아저씨가 대뜸 내게 처음이냐고 물어본다.
‘그렇게 티가 나나? 내가 고용 박람회 처음 온 게?’
“응. 맞아. 처음이야.”
좀 위축되었지만 하나도 안 쫀 것처럼 당당하게 대답했고, 안내인은 친절하게 고용을 위한 몇 장의 서류를 주며 어떤 것은 나중에 해도 되고, 두어 장 되는 서류는 지금 해도 된다고 얄려줬다.
‘이런 건 선빵이지.’
나의 허술함을 애써 감추며 이런 것즈음은 별 거 아니다란 느낌으로 굳이 거기서 서류 작성을 했다. 안내인의 옆 HR 직원이 흥미롭다는 시선은 외면하고 추후 직무 관련 안내서나, 고용 광고 메일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름 영혼을 실어 완성했다.
“서류 다 작성했으면, 나를 따라와. 초등학교에 관심 있다고 했지?”
아저씨는 학생을 대하는 것처럼 친절하게 보디가드처럼 나를 데리고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과잉 친절 같긴 하지만, 처음인 나에게 긴장을 풀 수 있는 짧은 대화도 할 수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며 체육관에 들어간 순간, 나는 진심으로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하고 싶어 졌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창피하지 않게, 그럴싸하게 되돌아 나갈 수 있을까?’
체육관 안에 내가 생각했던 박람회 부스와 볼펜 따위는 없었다. 각 직종, 해당 기관별로 8-10개 테이블이 있었고 각 테이블마다 해당 담당자가 나와서 바로 현장 인터뷰, 면접을 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1번 테이블은 초등학교, 2번 테이블은 중학교....4번 테이블은 ESL 담당 부서....5번 테이블은 학교 영양사.....8번은 스쿨버스.....
'과잉친절이 아니라...교무 선생님이었구나...'
학생을 도망 못 가게 인도하는 교무 선생님처럼 안내인은 나를 어떤 테이블로 데리고 갔다.
“여기가 초등학교 담당 테이블이야.”
때마침, 하필이면, 그 순간, 왜! 초등학교 담당 테이블에 대기자가 없어서 내가 1타로 바로 면접(인터뷰)을 하게 되었다.
‘이런 건 선빵을 안 해도 되는데….’
진심으로 내가 원하던 바가 아니다.
“어서 와, 여기 인터뷰는 처음이니? 나는 **학교 교장이고, (옆에 있는, 낯익은) 킴벌리는 ##학교 교감이야.”
긴장과 멘붕의 나와 달리, 면접관들은 친절하고 익숙한, 숙련된 자기소개를 했고 나 또한 미소와 반갑다는 듯이 인사했지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슬리퍼 사이로 삐져 나온 발가락이 이렇게 부끄울수가 없다!
‘이 눔의 페북을 불지러야 해. 문워크 해서 나갈걸.. 솔직하게 이런 자리인지 몰랐다고 할까?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교육청 페북의 광고를 누른 내 손가락에 끝없는 원망이 시작되었다.
‘아니야. 사자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약간의 창피만 당할 수 있다.’
멘붕과 희망회로 사이 어디 즈음에 방황하던 마음이,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 몰라. 쫄지마. 다 덤벼.’
그렇게 첫 인터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