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짱에서 호찌민으로 넘어올 때는 비엣젯항공을 이용했다. 아침 6시 10분 비행기는 아이와 둘이 14만 원으로 침대칸 야간기차 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어서 선택. 마지막날은 냐짱 깜란 공항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 Wyndham Garden Cam Ranh Resort에 묵기로 했다. 호찌민에서 종일 시내 관광을 하고 자정 비행기라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인 셈이다. 숙소비용 중 가장 큰 지출 1박 14만 원짜리 풀빌라 숙소였다.
Wyndham Garden Cam Ranh Resort 외부와 내부 수영장 모습. 이층 독채 가격이 1박 14만5천원이다. 시설은 매우 깨끗.
하하는 말할 것도 없고 나에게도 난생처음 묵어보는 풀빌라였는데, 숙소는 깨끗하고 좋았지만 깜란 공항 주변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고,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을 숙소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보통 그래서 장을 많이 봐간다는데, 설마 가게하나 없을까 싶었던 내 배낭에는 사발면 하나 맥주캔 두 개가 다였다. 그래도 날씨만 좋았다면, 호캉스를 충분히 누렸을 텐데, 남부와 중부는 기온차이가 컸다. 해가 나면 괜찮지만 해가 구름에 가려졌을 땐 물놀이하기에 추운 날씨였다. 뗏 기간 내내 베트남 중부는 비예보였다. 비는 잠깐잠깐 내리다 그쳐서 문제가 안 됐지만, 해가 구름에 가려지냐 아니냐가 이렇게나 체감온도에 영향을 줄 줄이야. 그리고 다음날 새벽 6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5분 거리 공항드롭을 25만 동으로 사전 예약함. 새벽이라 숙소 드롭도 공항버스도 시간이 안 맞았다.
하하의 체력도 걱정이 되긴 했다. 6시 비행기를 위해 우리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5시에 공항에 도착했고, 종일 돌아다니다 자정 비행기를 타는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졸려하거나 힘들어하면 마사지숍에서 나는 발마사지를 받고 옆에 아이를 재우겠다는 대비책을 생각해 두었다. (이번에 코로나 이후 가보니 아예 키즈마사지가 숍 메뉴판에 등장했던데 나는 어린아이에게 벌써 안마의 맛을 알게 해주고 싶지가 않다. 하하를 키우면서 애들은 몸살이라는 게 없고 몸이 찌뿌둥하다 하는 개념 자체가 없구나 하고 느꼈고 또 몸의 회복과 자정능력도 뛰어난데, 굳이)
호찌민 공항에는 짐 보관 서비스가 있다. 위치는 인터내셔널 쪽 버거킹 옆. 10시간 이내는 27,500동인데 그걸 넘어가면 가격이 열 배로 뛴다. 그리고 최대 48시간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아침 7시 반에 도착해 자정 비행기니 눈물을 머금고 열 배 가격을 내고, 둘이 각각 작은 백팩 하나씩만 메고 가볍게 호찌민 시내로 이동.
호찌민 시티투어버스 좌와 중. 하하가 찍은 호치민 동상 우.
부이비엔 워킹 스트리트 좌. 오토바이로 가득한 호찌민 시내 차도 전경 우.
둘이 하루종일 호찌민 체류 지출내역. 짐보관 275, 공항버스 30, 쌀국수 120, 아이스크림 29, 빵 121, 점심 215, 초콜릿 198, 시티투어버스 250, 커피랑코코넛 90, 공항가는 152 버스 10. 총 1,480,000동. 우리 돈으로 8만 원. 저녁밥은 라운지키 신용카드가 있기에 공항에 와서 자정까지 대기하면서 공항라운지에서 먹었다.
자정에 출발하는 비행기다 보니 나도 하하도 비행기에서 곯아떨어졌고 눈뜨니 도착. 이렇게 3년 만의 해외여행을 건강히 마무리했다.
우리는 왕복 항공편으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항공권을 이용했고, 섬지역 푸꾸옥과 남부 호찌민과 중부 냐짱을 찍어서 이동한 여행이라 현지 교통비가 50만 원 정도 들었다. 날짜로는 전체 8일간의 여정이었는데, 1박은 야간기차에서 했고 1박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기 때문에 숙소이용은 총 5박, 50만 원이 들었다. 이중 15만 원이 마지막날 숙소에 쓴 돈이다. 보통 여행에서 마지막 숙소에 가장 돈을 쓰는 편이다. 그 외 체류비는 빈펄랜드 정도 말고는 자잘하게 들었던 거 같다.
하하와 많은 여행을 다녔는데, 당연히 짧게 짧게 국내여행을 많이 다녔고 해외여행도 22개월 때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주로 가까운 동남아 국가 위주로 베트남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을 일주일 이상씩 여행했다. 진짜 배낭여행 콘셉트로 둘이서만 다닌 건 하하 27개월 때 26일 4개국 여행 처음이었고 만 네 살 추석 때 연차를 붙여 다녀온 베트남 북부 열흘간 여행이 마지막이었다. 다녀온 그해 겨울부터 코로나가 시작됐으니.
월급쟁이 지갑이 뻔한데, 여행경비가 많이 들면 그다음 여행을 계획하기가 어렵다. 이번 베트남 여행은 사실 올해 창대한 여행계획을 위한 사전 예열 성격도 커서 경제적으로 잘 방어하면서 무탈히 마친 것 같다. 워낙 아이가 어릴 때부터 오직 혼자서 케어하면서 하하랑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뒤에 큰 배낭, 앞에 작은 배낭, 그리고 그 월령 때 아이의 건강에 낮잠은 필수여서 곯아떨어진 27개월 하하를 안고 걸은 적도), 코로나를 거친 3년간 아이의 성장을 이번 여행에서 확인해서 내가 감을 잡아야 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베트남 여행을 평가하자면 한마디로 "너~무 수월했다". 특히 마지막 호찌민에서의 풀 일정을 하하가 무난히 소화하는 것을 보며, 여름 장기 유럽여행 준비에 자신이 생겼다.
지금부터 5개월, 찬찬히 준비하면서 그 과정도 브런치를 통해 기록해 두려고 한다. 유럽은 나에게도 이번 생에 처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