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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stas Feb 19. 2023

아이와 둘이 하는 배낭여행의 맛

2023년 1월 - 베트남 여행기 3

아 푸꾸옥에서 빼먹은 게 있다. 조개, 난 푸꾸옥 일품은 석양 이품은 조개볶음을 꼽고 싶다. 순전히 소박한 내 취향^^


아무튼 그렇게 푸꾸옥을 안녕하고 다시 호찌민으로 이동, 야간기차를 타기 위해 사이공역으로 왔다. 코로나 직전 2019년 마지막 여행이 베트남 북부였는데 그때 하노이-사파 왕복할 때 한 번은 버스 한 번은 기차로 했었다. 하하는 정말 좋아했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보통 VIP버스를 타거나 버스를 대절하지만, 기차가 아이에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사이공역에는 롯데리아가 있다. 우리도 거기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


뗏기간이라 미리 한 달 전쯤 4인실 침대칸 마주 보는 아래 좌석으로 예약했다. 기차 안에 뜨거운 물이 있는지 사전에 최신정보로 확인되지 않았는데(코로나 이전 정보만 확인했다 낭패가 많다), 역에서 가게에 물어보니 있다고 해서 사발면 맥주 생수 등을 사가지고 탔다. 그러나 정작 기차 안에서 저장고를 확인하고는 위생을 고려해서 사발면을 먹진 않았다. 코로나 이전보다 여행정보가 많이 부족하고, 하하는 야간기차에서 사발면을 먹는 낭만을 원했지만, 여행의 낭만을 위해 아이를 데리고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외 이불은 깨끗했고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도 있어 특별히 불편함 없이 잘 자면서 이동했다. 침대칸은 싼 편도 아니지만 확실히 야간기차는 낭만이다. 달리는 기차에서 눈을 떠 차창밖으로 베트남의 아침을 보며 냐짱에서의 하루를 시작했다. 냐짱은 2박 2만 원대 홈스테이 숙소인 배낭여행 컨셉이다.


냐짱에 오면서부터 날씨를 신경 써야 했다. 이때가 우리나라는 체감온도 영하 30도 육박하는 맹추위가 덮친 시기다. 대기 동서흐름이 막히는 블로킹 현상 때문에 시베리아에 쌓였던 북극한기가 한꺼번에 남하하면서 한중일을 덮쳤다는데, 냐짱도 물놀이하기엔 쌀쌀한 날씨에 이틀 내내 비예보였다. 그렇더라도 비가 계속 쏟아지는 것은 아니어서 비닐 비옷을 비상용으로 준비하고 포나가르사원, 빈펄랜드 등을 방문했다.


조금 트러블이 있었는데, 반드시 빈펄랜드를 갈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게 되면 현지에서 살 생각으로 미리 빈펄랜드 입장권을 예매 안 하고 갔다가 택시를 타고 빈벌랜드를 가는데, 티켓부스에서 내려달라고 하니까 기사가 빈펄랜드 선착장 조금 못 가서 무슨 여행사 같아 보이는데 세워준다. 여행사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고 가격도 똑같다고 해서 결제를 하는데, 신용카드를 주니까 수수료가 1.25% 있다고 한다. 빈펄랜드 들어가는 배가 30분마다 있고 첫배를 탈 계획이라 지체하고 싶지 않아 오케이를 했는데, 그러고 선착장 와보니 역시 정식 티켓부스가 있고 거기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적은 돈이라서 그냥 들어갈까 하고 영수증을 다시 보니 웬걸, 1400만 동짜리 티켓이 1700만 동으로 결제되어 있었다.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여행사에 세워준 그 택시기사에게 항의하고 다시 데려다 달라고 해서 차액을 받아왔다. 1.25%를 받으려다 실수한 것인지, 작정하고 바가지인지 알 수 없지만, 결제된 액수를 꼼꼼히 살폈어야 했고, 우리가 한국이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티켓부스가 입장하는 곳 앞에 있지 별도로 있지 않은데 상식적으로 판단을 했어야 했다.


냐짱에 좋았던 건, 빈펄랜드도 물론 좋았지만, 숙소에 물어봐서 동네 쌀국숫집을 찾아간 거라든가, 길을 걷다 과일가게에서 우리 돈 3천 원 정도에 수박을 사 와서 숙소에서 칼과 접시를 빌려 잘라먹은 거라든가,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다닌 거라든가, 핑크타워 앞 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다 비가 쏟아져 잠시 비를 피했다가 해변을 끼고 걸어서 다리를 건너 포나가르 사원에 다녀오고 했던 그런 경험들이었다. 숙소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하하가 놀 때 발마사지를 받고 온것도 빼놓을 수 없다^^


냐짱 해변 풍경은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 같은 느낌이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 주인 노부부와 딸은 아주 친절했고, 심지어 세탁기까지 있어서 묵힌 빨래들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아이과 배낭여행을 하는 맛은 관광지 방문보다는 내겐 이런 경험들이다. 현지의 삶을 나누는 것. 냐짱은 대표적인 베트남의 관광지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와 동네숙소를 잡아도 조금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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