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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stas Feb 11. 2023

푸꾸옥에서 최고는 이거

2023년 1월 - 베트남 여행기 2

우여곡절 끝에 시간을 맞춘 호핑투어지만, 결론적으로 별로였다. 호객을 위해 안내에 없던 장소에서 30분 이상 머물렀고, 스노클링은 탁한 바다에 볼 게 없었다. 두 번 스노클링 타임을 줬는데, 비행 편이 바뀌는 우여곡절로 아침을 못 먹고 참여한 상태였던 하하는 첫 번째 스노클링을 하고 스피드보트로 돌아와 머리가 아프다며 머리를 구석에 깊이 박고는 몸을 폴더처럼 접고 잠들었다. 두 번째 포인트에서도 일어나지 않았고 나도 딱히 다시 들어갈 마음이 나지 않았다. 옥빛 맑은 바닷속 형형색색 열대어를 기대한 내가 한심. 패키지였던 점심을 먹고 나서는 하하 다시 기운을 차렸다. 그리고 섬에서의 자유시간 때 모래놀이를 하며 가장 신나 했다. 그냥 이맘때 아이들은 이런 게 최고인지도 모른다.

푸꾸옥에 오면 누구나 가는 킹콩마트에서 현지스타일 옷을 하하거랑 나랑 한벌씩 구매했다. 돈낭비인 걸 알지만, 여행 오면 이런 호사도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20만 동에 24시간 오토바이를 빌렸다. 하하와 여행을 다니며 현지에서 차를 빌린 적은 있지만 오토바이는 처음이다. 하하 28개월 때 동남아 5국 배낭여행을 준비하면서 연습 삼아 지인을 통해 테스트해보고 포기했다. 푸꾸옥 여행자 거리 쪽은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택시나 그랩 아니면 오토바이였고, 우리 숙소에서 즈엄동 야시장까지 직선거리에 형식적으로는(?) 끝차선이 오토바이 차선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시도. 


숙소로 가서 하하를 데리고 나와서 오토바이를 빌렸다고 하니까 신나 하던 하하. 

"근데 엄마 오토바이 탈 줄 알아요?" 

"좀 아까 연습해봤어" 

막상 타라고 하니까 뒷좌석에 앉더니 아무래도 위험한 거 같다고 그냥 걸어가잖다. ㅎㅎ 겁이 없고 무모하기까지 해서 같이 여행을 다니며 너무 어릴 적부터 자극을 준 영향인가 걱정이 많았는데, 크면서 달라지는 것 같다. 멀리는 당연히 안 움직였고, 해 떨어지기 전에만 킹콩마트, 머드스파, 주변 식당 탐색 정도. 


아이랑 배낭여행에서 맛집까지 챙기기는 쉽지가 않아서 늘 식당은 현지에서 픽하는 편인데, 즈엄동 야시장 어슬렁 거리다 들어간 해산물 가게에서 주문한 볶음밥을 30분 넘게 기다리다 그냥 나왔다.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친절하지 않고, 음식이 딴 테이블로 간데 대한 사과도 없다. 나중에 구글 검색을 해보니 평이 아주 안 좋았고, 나도 처음으로 구글에 써 주었다. 무비자, 코로나 무검사, 심지어 입국신고서도 없어서 베트남 여행객 4분의 1이 한국인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인이 호구는 아니잖아? 정보를 여행객들과 공유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 일이지만, 1400만 동을 1700만 동으로 대놓고 눈퉁이 당할 뻔한 경험을 냐짱에서 다시 하게 된다.) 


푸꾸옥은 고급 리조트 휴양지로는 괜찮은 선택일 수 있겠는데, 기대만큼의 천혜의 맑은 바다도 아니었고 (Sao Beach 쪽을 안 가봐서 그쪽 사정은 모르겠지만) 해수욕장이 특별하지도 않았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냐짱으로 이동해 빈펄랜드 방문계획이 있었고 굳이 한국에도 많은 워터파크를 베트남까지 여행 가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보니 더더욱 특별할 게 없었는지도. 다만 한 가지, 해가 지기 전 숙소에서 즈엄동 시장까지 이어지는 여행자거리를 하하와 걸으며 너무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게임캐릭터, 곤충, 바다생물, 학교친구들, 보통 8살 아이의 그냥 그런 얘기들), 우리 왼편으로 길게 펼쳐진 석양만은 특별하게 아름다웠다. 


그 길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카메라를 샀다. 짐을 줄이기 위해 갈등하다, 출발 직전 DSLR을 두고 낡은 똑딱이를 들고 갔는데, 이날을 이렇게 밖에 못 담았던 후회가 지갑을 열게 했다


우리 숙소는 해안가에서 조금 안쪽이었다. 보통 숙박후기에 "룸에 도마뱀이 나왔어요"는 감점의 원인이겠지만, 하하는 숙소에 찾아올지 모를 도마뱀을 곯아떨어지기 직전까지 기다리는 그런 아이라, 방문을 열면 정원이 있는 가든형 숙소를 애써 찾았기 때문이다. 그런 남다른 이유가 아니라면 푸꾸옥에서는 바로 바다와 맞닿은 석양을 볼 수 있는 위치의 숙소를 추천한다.


그리고 또 하나 후추. 푸꾸옥의 후추가 유명해서 세프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는데, 후추농장을 방문하고 사는 방법도 있지만, 굳이 뭐 그럴 것까지는 없고 킹콩마트에도 쌓아두고 팔고 있기 때문에 선물로 제격이다. 비닐포장도 있고 플라스틱 그라인더에 담겨있는 제품도 있지만 뭔가 선물하기에 아쉽게 느껴져서,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특산물의 귀함을 나타내줄 수 있도록 한국에 돌아와 작은 코르크병을 따로 사 열탕소독해 담아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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