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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stas Feb 11. 2023

순차적으로 일이 틀어지는 황당한 여행 시작

2023년 1월 - 베트남 여행기 1

1월 20일, 서둘러 퇴근해 하하와 함께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명절 초입 차가 막히기 시작이라 조마조마. 아시아나 항공 짐을 부치려고 하는데, 비행기 지연을 알고 계시냐고 카운터 직원이 물어본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장기 휴가 앞두고 일에 쫓겨 메일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인천에서 호찌민 가는 아시아나 항공기 2시간 30분 지연 안내 메일이 와 있었다. 원래 19시 25분 비행기로 현지 23시 전 도착해서 공항 5분 거리 숙소에 잠시 몸만 누였다, 다음날 6시 5분 비행기로 푸꾸옥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호찌민 다음날 새벽 1시 넘어 도착.


그런데 그보다 더 황당했던 건 호찌민-푸꾸옥 비행편도 결항 메일. 아침 6시에 타기로 한 푸꾸옥행 베트남항공 비행기가 결항이라 19시 비행기를 탈것을 권한다는 내용이다. 거기에다가 푸꾸옥에서 호찌민으로 돌아오는 비행편도 네 시간 지연. 이게 무슨 일인가. 한두 시간은 그렇더라도 새벽 비행기가 저녁 비행기가 되다니. 인천공항의 베트남항공사 직원에게 문의하니, 하는 말. 그 사이의 비행편들이 일반석은 다 만석이라 그런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호찌민 들어가서 항의해 봐라.


새벽 1시 호찌민에 도착해서 다음날 6시 항공편 결항에 대한 긴급한 조치가 가능할까? 푸꾸옥 들어가서 숙소에 짐만 맡기고 8시 반 픽업으로 바로 호핑투어를 가기로 되어 있었다. 수영장 딸린 숙소를 빌려놓고 종일 밖으로 돌고 들어오는 게 아깝고, 첫날은 어차피 호텔 체크인 시간이 오후이니까 돈과 시간의 꽉 채운 활용을 위해 잡은 계획이었다. 그리고 푸꾸옥에서 호찌민으로 돌아와서는 그날 밤 바로 야간기차를 타고 나짱으로 이동 예정인데, 이것도 비행기 지연으로 시간 맞추는 게 불가능.


호핑투어, 밤기차, 모든 게 틀어질 상황. 라운지키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어 다행이다. 공항라운지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하하에게는 저녁을 곁들인 자유시간을 주고, 베트남항공에 열댓 차례 메일을 보냈지만 자동응답만 돌아온다. 차근차근 다시 일정을 점검해 보기 시작했다. 호핑투어는 비행기 결항에 따른 것이니 페널티 없이 취소가 가능하고, 여행자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4시간 이상 지연에 대한 호찌민 체류비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나쁜 조건은 아니지만, 푸꾸옥 꽉 채운 2박 3일이 2박 2일로 줄어드는 셈이라 아무래도  푸꾸옥을 다시 올 일은 없을 텐데 후회가 남을 거 같았다.



내 선택은....


호찌민에 도착해서(새벽 1시), 자다 깬 하하와 함께 계획했던 대로 걸어서 숙소에 도착해 눈을 붙이고(새벽 2시), 다음날 6시 다시 무작정 호찌민 공항으로 갔다. 새벽, 어둠이 덜 가신 한산한 호찌민 공항을 상상했지만,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공항은 매우 분주하고 또 붐볐다. 불과 몇 시간 전 새벽 이곳에 도착해서 받은, 순차적으로 일이 틀어지는 황당한 여행 시작이 준 불안감과는 180도 다른 느낌이었다. 베트남의 아침은 빠른 것인가? 활기차게 움직이는 공항을 보자 불끈 전투게이지 상승.


베트남 항공에서는 처음에 비즈니스석 밖에 없다면서 차액을 결제하라고 했지만, 나는 항공사의 책임이기 때문에 내가 부담할 수 없다고 버텼고, 결국 6시 다음 비행기인 7시 40분 비행기에 탐승마감 시간인 7시 15분을 넘겨 항공사 직원의 개인 에스코드를 받으며 탑승할 수 있었다. 비록 하하와 떨어져 앉았지만 국내선 한 시간 그게 뭐 대수. 심지어 그중 한 자리는 넓은 유료좌석이었다.


나는 베트남 항공에서 결제했지만 알고 보니 원래 우리가 타기로 했던 비행기는 베트남 항공과 공동운항편인 퍼시픽 항공이었고, 처음 찾아간 베트남 항공사 직원은 추가금을 내고 비즈니스석 탑승을 권했고, 거부하자 퍼시픽 항공사로 안내해 준 것이었다. 퍼시픽 항공 직원들은 베트남 항공보다 훨씬 친절하고 고객의 난처함에 대해 적극적 대처를 해 주었다.


그래서 무사히, 푸꾸옥에 입성!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 8시반 호핑투어 가이드와 예정대로 조인.


2023년 1월 21일 아침 푸꾸옥 공항.
푸꾸옥 2박 3일간 숙소. 하하가 마음껏 자연을 즐기도록 문을 열면 바로 정원인 곳을 찾았다.
푸꾸옥 숙소 M Village Phu Quoc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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