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유여행
데스벨리 국립공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 동쪽에 위치한다. 황량한 계곡과 사막, 가도 가도 끝을 모를 죽음의 계곡 death vally. Mr. choi는 4시간 정도면 한 바퀴 돌 거라 했다. 내비게이션도 와이파이도 길을 찾지 못했다. 문명의 이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외부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황무지였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방향은 맞는지 우리 중 아무도 몰랐다. 방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무섭고 무모한 것인지를 처절하게 각인시키며 그만 그만한 바위산, 비슷비슷한 관목들이 계곡을 따라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길을 몰라 헤매고 돌아다니는 불안한 마음에서 일까. 이글이글 타는 듯한 사막에 뿌리를 박고 있는 누리끼리하게 뜬 키 작은 관목들이 ‘나 죽어.’라고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살려줘. 살려줘. 나 죽어.” 그곳엔 이미 죽은 것과 죽어가고 있는 풀들만 있을 뿐이었다.
데스벨리로 들어온 지 2시간 만에 처음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갔다. 움직임이라고는 전혀 없는 죽음의 사막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이렇게 힘을 주는 것인가? 작은 언니는 땡큐를 연발했고, 큰 언니는 아이 엄마가 아이를 업고 있기만 해도 힘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지독히 외로운 그런 때가 있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처음으로 자취를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이다. 학교가 끝나면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내 자취방에 놀러 와 늦게 까지 놀다가 갔다. 아이들이 다 떠나고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적막함과 외로움은 적잖이 나를 힘들게 했다.
아무도 없이 휑한 나의 자취집 천장에서는 매일 밤 우두두둑 거리며 쥐가 내달리고 있었다. 천장에서 쥐 무더기가 뚝 떨어질 것 같은 불쾌함과 두려움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끔은 방과 부엌 사이에 있는 문틈을 통해 쥐가 들어오기도 해서 하루는 쥐 찍찍이를 방 모퉁이에 갖다 놓았다.
수도 없이 드르륵 거리는 쥐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툭탁툭탁 찌찌 찍 짹짹 거리며 한 밤중에 난리가 났다. 쥐 한 마리가 찍찍이에 붙은 것이다. 살려고 발버둥 치는 쥐의 필사적인 몸부림은 고요한 새벽의 중심에서 한 바탕 전쟁을 불사하는 요란한 소리를 뿜어 댔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쥐의 불결함에 징그럽기도 하지만 방에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다른 생명체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에 스르르 내 마음이 위로가 되는 것이다. 외롭지 않았다. 참 황당하고 이해 못할 경험이다.
데스벨리에서는 외로웠다. 산도 움직이지 않았고, 나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에 어쩌다 뿌리를 내리고 생명이 발아되었지만 뜨겁고 뜨겁고 계속 뜨거운 사막에서 견디고 견뎌 결국 말라비틀어져 죽어야 하는 운명의 관목들에 막막함과 현기증이 났다. 헤매기 시작한 지 6시간 만에 죽음의 계곡을 벗어났다. 참 대책 없던 데스벨리.
데스벨리, 데스벨리. 빨리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몰입되어 너의 진정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 미안하다, 데스벨리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너는 죽음의 계곡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충분히 신비로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