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기 6
6. 라오스의 기억
2019. 01.14.
어제저녁, 이 럭셔리 호텔의 새하얀 침대 시트에 거무죽죽한 담배가루 같은 것이 일렬로 조르륵 떨어져 있었다. 호텔 매니저에 의하면 지붕을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오래되면 벌레들이 갉아먹어서 가루가 떨어진다고 한다. 공주 스타일 가인은 밤에 벌레가 떨어질까 봐 걱정을 한다.
아무리 열대지방이라도 북쪽 지역은 밤낮의 차이가 크고 밤이 되면 눅눅하고 냉기가 올라온다. 자연의 멋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히터를 설치하여 방에 불을 넣어 종종 말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의 호텔은 고급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습기가 방 안으로 들어와 눅눅했고, 거실에 세워놓은 대나무 가림막은 곰팡이가 잔뜩 끼어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식탁 위에 펼쳐놓은 대나무 매트에 시커먼 곰팡이가 슬어 있다는 것이다. 스푼, 포크, 나이프를 곰팡이 위에 올려놓다니.
혜율은 이 호텔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것은 반드시 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직원에게 알렸다.
미안하다며 바꿔 온 매트 역시 곰팡이 바다다.
혜율은 그것을 밀어 놓았다.
라오 사람들은 순박하다. 아직 전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돈을 벌을까에 대한 연구를 열렬히 하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 호텔의 효율적인 동선이나 세면대의 적정 높이, 전기 콘센트의 적절한 위치와 개수, 거울이 있어야 할 곳, 이런 실용적이고 편리성 측면에서 좀 더 세심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라오스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럭셔리를 만끽하고자 호텔 조식을 천천히 여유 있게 먹었다. 토스트도 좋고, 국수도 좋고, 과일도 맛있다. 쇼핑의 여왕, 다정과 혜율이 레스토랑에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스카프에 관심을 보이자, 소온과 가인, 쇼핑에 관심 없는 나 까지도 덩달아 구경을 하였다. 멋쟁이 혜율이 파란색과 하얀색이 바둑판 모양으로 된 머플러를 하나 샀다. 라오스에서 디스카운트의 맛을 알아버린 우리는 디스카운트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체크아웃하고 가방을 호텔에 맡긴 후 호텔 벤을 타고 여행자의 거리로 나왔다. 오늘은 길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가 말한 남칸강과 메콩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보고 조마 베이커리에 가보자고 했다. 가다 보니 멋진 대나무 다리가 나오는데 그 다리를 건너면 어제 우리가 갔던 유토피아 카페란다. 참 좁디 좁다는 생각이 든다. 남칸강변에는 키 큰 야자나무가 시원스레 서 있다. 그 아래서 요리조리 포즈를 취하며 한참 동안 사진 찍기 놀이를 했다. 라오스의 녹색은 정말 아름답다.
힐링의 녹색이여
라오스의 색이여
너만 보면 편안해
가다 보니 강변의 반대쪽에 조마 베이커리가 보인다.
난 케익에 대한 세심함이 없다.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그 맛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도 기억 못 한다. 즉, 별 관심이 없다. 심지어 같이 간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아마 맛이 있었겠지. 그러니까 한국 여행자들이 찾아오는 거겠지.
다정은 머플러를 더 사야겠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선물에 대한 숙제가 아직 남아있다. 우린 숙제하러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에는 참하고 똑똑해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조용조용한 미소에, ‘This is good. This is no good.’이라고 말하면서 우리에게 어울릴 만한 색의 스카프를 골라준다. 자기의 딸이 한국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말까지 한다.
스카프를 한 봉지씩 들고 먹자골목 쌀 국숫집으로 갔다. 몇 종류의 국수를 시켰는데 웬일인지 어제보다 맛이 없다. 순대와 소시지, 샐러드 이 모든 것이 어제와 다르다. 라오의 쌀국수가 그리울까 봐 떠나기 전에 쌀국수로 마무리하려 했는데 아쉽다.
루앙프라방 공항에 도착하여 툭툭이에서 짐을 내리고 케이와 작별인사를 했다. 비행기 타고 40분 만에 비엔티엔으로 날아와 공항에서 저녁거리로 뭘 먹으려 했더니 식사라 할 적당한 것이 없다. 눈 앞에 흔하게 널려 있었던 라오의 맛있는 음식과 망고가 눈에 아른거린다.
빨간 동전지갑, 다정은 나에게만 선물을 안 했다며, 비엔티엔 공항에서 산 동전지갑을 하나 주었다. 빨간 동전지갑과 녹색의 숲과 아름다운 꽃나무, 라오 쌀국수, 라오 비어, 신닷, 크고 노란 맹고, 그리고 고마운 살모사와의 추억으로 라오스는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