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기5
5. 루앙 프라방의 탁밧과 툭툭이 기사 케이
2019. 01.13.
“씻지 말고 그냥 나가자. 탁밧만 보고 금방 돌아올 거야.”
탁밧은 승려들이 걸식으로 의식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승려에게는 아만과 고집을 없애고 보시하는 쪽에서는 선업을 쌓는 공덕이 된다.
우리 숙소는 여행자 거리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 어딘가를 가야 한다면 그때마다 툭툭이를 타야 했다. 어제 우리를 호텔에 데려다준 케이(툭툭이 기사)에게 오늘 새벽 5시에 호텔로 와서 우리를 태우고 탁밧 하는 곳에 갔다가 끝나면 다시 우리를 호텔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었다.
캄캄한 새벽, 숙소 입구에 낮게 세워진 안내등을 따라 호텔 밖으로 나오니 케이가 한쪽 구석에 서 있었다. 툭툭이가 달리기 시작하자 갑작스러운 새벽 찬 공기에 몸은 깜짝 놀라고 우리는 옷깃을 여미었다.
케이가 안내한 그곳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상인들이 탁밧용 찰밥을 한 통씩 담아 팔면서 공양을 하라고 권한다. 가인과 혜율은 탁밧 행사에 참여해 보겠다며 밥과 주걱을 받아 들고 플라스틱 낮은 의자에 앉았고 소온은 귀여운 두 명의 라오스 꼬마 옆에 앉았다.
“애기들이 새벽에 일어나기 어려울 텐데 이런 시간에 보시를 하러 나오다니 기특하네.” 소온이 말했다.
시간이 지나자 탁밧을 경험하고픈 관광객들이 그 많던 빈 의자들을 다 채웠다. 사진을 찍겠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진쟁이들과 탁밧 행렬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로 도로는 북새통이 되었다. 우리나라 절에서도 왔는지 스님 한분과 수십 명의 신도들이 종이로 싼 물품들을 앞에 두고 농담을 하고 있었다.
6시가 되자 사찰에서 북소리가 울리며 각 사원에서 승려들이 행렬을 이루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시주를 하기 위해 밥을 산 관광객들은 한 주걱씩 밥을 퍼서 스님께 시주한다. 혜율과 가인도 다가오는 승려의 행렬에 정신없이 밥을 펐다. 스님들은 밥이 많아지면 중간중간에 놓여있는 통속에 덜어 놓고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내진다.
“저기 봐. 아까 같이 있었던 애기들은 보시하러 온 것이 아니고 밥을 얻으려고 온 거였어.”
소온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열댓 명의 아이들이 비닐봉지를 열어 놓고 있는데 그 두 꼬마 녀석이 거기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시주를 끝낸 스님들이 덜어주는 밥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저 귀여운 아이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새벽에 이곳에 나와 탁밧 시간에 밥을 얻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 걸까?’ 기특하다고, 귀엽다고만 생각한 아이가 내 예상과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몰라 잠시 혼란스러웠다.
호텔로 돌아와 언제나 맛이 있는 라오 쌀국수와 열대 과일을 맛있게 먹은 후, 오늘의 일정대로 꽝시 폭포에 가기로 했다. 케이는 우리의 전용 기사가 된 듯 호텔 밖에서 우리를 기다렸다가 꽝시 폭포에 데려다주었다.
무성한 숲길을 따라 걸으니 마음이 편하고 여유로웠다. 폭포가 나타나면 예쁘다고 감탄하고, 올라가다 또 폭포가 나타나면 또 감탄을 했다. 드디어 최고로 길고 아름다운 폭포가 나타났다. 난 하얀 포말을 날리며 떨어지는 꽝시 폭포를 배경으로 구름다리 위에 서 있는 살모사 four에 초점을 맞추고 정신을 집중하여 셔터를 눌렀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그곳에 있다 사라지고 또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잠시 채우고 또 사라진다.
케이는 여행자의 거리에 우리를 내려놓았고 우린 길거리 주전부리를 해가며 소소한 쇼핑을 하고, 유토피아 카페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카페 진입로 옆으로 세워진 파스텔톤의 집들과 예쁜 꽃나무와 때마침 비친 따사로운 햇살은 골목길을 더욱 포근하게 만들었다. 내 앞에서 걸어가던 가인과 다정은 햇살의 은혜를 듬뿍 받아 신비로운 실루엣을 만들어 내며 미지의 세계인 유토피아로 들어가는 듯했다.
유토피아 카페에서 좀 쉬다가 일몰이 멋있다는 푸시산을 갔다. 올라가는 길이 전부 계단이다. 그 많은 계단을 오르기가 힘들어, 하나, 둘, 셋, 하고 세다가 열 이 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나 두울 세면서 올라갔다. 숲 속에 아름답게 박혀있는 루앙프라방의 빨간 지붕들이 부드러운 저녁 빛을 받아 아름답게 피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메콩강의 일몰을 보러 올라왔지만 구름이 많아서인지 찬란한 석양은 보지 못했다. 해가 떨어지자 사람들은 계단 아래로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붉게 내려온 석양을 바라보며 혜율이 말한다.
“아까보다 노을이 더 붉어졌어.”
이때부터 상인들은 서둘러 야시장의 좌판을 펼쳐 놓기 시작하고, 여행자들은 본격적인 쇼핑에 돌입한다.
쇼핑은 조신하고 한 미모 하는 다정이 으뜸이다. 이제 쇼핑을 좋아하는 살모사 four와 함께 야시장을 누비며 여행 갔다 온 죄로 선물을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코끼리 바지, 머플러와 작은 동전 지갑과 생각지도 않던 앞치마 이런것 들을 조금씩 샀다.
그리고 어젯밤 길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이 추천했던 헤어팩을 사겠다고 큰 마트를 찾아다녔다. 말이 통하지 않는 툭툭 기사에게 어설프게 설명했는지, 또 다른 야시장으로 우릴 데려갔고 그게 아니라고 하니 어디 완전히 외 떨어진 곳의 마트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우리가 뭐 좀 사고 금방 나올 테니까 좀 기다렸다가 우리를 호텔에 데려다 달라고, 그러나 차비는 비싸니 디스카운트를 해달라고 했다. 그 기사는 이곳에서 툭툭이 잡기 어려울걸 이라면서 배짱을 튕기고 가버렸다.
마트에서 헤어팩, 과자, 호랑이 연고, 뭐 이런 것들을 사고 나왔는데, 밤은 늦고, 불빛도 별로 없는 으슥한 동네에 오가는 툭툭이가 보이지 않았다.
“아까 그 툭툭이 기사의 말이 맞는 봐.”
“큰일이네.”
“콜 툭툭이를 부를 수 있는지 알아볼까?”
마트 종업원은 그런 거 없다고 말한다.
“ 저기 툭툭이 온다.”
툭툭이 기사는 우리 호텔인 ‘마이 드림 부티크 리조트’에 가달라고 하니 좀 어색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더니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누군가에게 위치를 묻는 전화를 했다가, 지도를 봤다가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질러가며 난리도 아니다.
“이 사람, 우리한테 소리 지르는 건가?”
“우리 호텔 모르나 봐.”
“우리 그냥 시장에다 내려달라고 하고 거기서 다른 차를 타자.” 누군가가 말했다.
“그냥 이곳에서 내려주세요. 스땁!!!”
우리는 그 기사가 우리를 호텔에 데려다주지 못했기 때문에 차비를 다 줄 수 없다고 하였다.
그 툭툭이 기사는 짜증을 내면서 우리를 내려주었다.
그런데 우리가 내린 그곳에 케이가 있었다. 우리 모두가 반가워 케이에게 달려갔다.
‘이건 운명적인 만남이 맞아.’
우리는 케이에게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만나서 반갑다고 말했다.
호텔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린 후 내일 우리가 루앙프라방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지금 우리를 태운 시장 바로 그 자리에서 내일 오루 3시에 만나 우리를 태우고 호텔로 오면 곧바로 가방을 챙겨 나올테니 공항에 우릴 데려다 달라고 했다.
다음날 오후 3시에 우린 관광을 끝내고 약속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케이를 만났다. 우리와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뢰를 유지했다. 루앙프라방에 언젠가 오게 된다면 시장 어딘가에서
수려한 경관과 맛있는 쌀국수와 열대과일, 그리고 유명한 관광지,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오랫동안 생각나는 것은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다. 일미터 호텔의 조신한 종업원, 방비엥의 정우성 가이드, 그리고 루앙프라방의 케이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