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라오스 여행기 4

by 프레이야

라오스 여행기 4

귀여운 아기 도매 뱀


어둑어둑한 시간에 거리 구경을 가기 위해 방의 스위치를 내리자 반투명 유리 창문에 아기 도마뱀의 실루엣이 툭하고 나타났다. 복도에 있는 밝은 불빛이 이 녀석의 존재를 비춰준 것이다.

“오호, 이 귀여운 녀석.”

“잠깐, 잠깐, 나 사진 좀 찍고.”

난 급하게 카메라를 가져왔다.

‘아기가 포즈를 바꾼다던지,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안 되는데.’

‘그 조그만 몸에서 그토록 선명하게 발가락의 모양이 꼬물꼬물 하게 나타나다니, 귀여워라.’

그 녀석은 꼼짝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휴, 다행.

찰칵, 찰칵.

어제저녁 툭툭이 기사가 골목길에 우리를 내려놓았을 때, 잠시 멍 했다.

“여기가 챔 파라오 더 빌라‘라고? 호텔이 어디에 있는데?”

언뜻 호텔이랄 수 있는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툭툭 기사가 조그만 기념품 가게 같은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에 입구에 붙여 놓은 호텔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이국적인 열대 나무와 화초가 가득한 크고 넓고 럭셔리한 곳이었다. 그러나 기대를 많이 했었는지 허술한 마을 집 같은 분위기와 병든 개가 웅크리고 있는 그곳에 살짝 실망감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이 조그맣고 깜찍하고 앙증맞은 아기 도마뱀의 사진을 얻었으니, 이 모든 것을 용서하노라. (숙소에 실망한 사람은 나 혼자만 일 수 있다. 살모사 two는 어머, 여기 좋다.라고 말했으니.)


어제와 똑같은 바케트 빵과 계란 프라이를 먹고-장기 투숙객에게는 매일 똑같은 메뉴로 식사를 하는 것이 고역일 듯하다. - 가방을 갖고 내려왔다. 오늘은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한다.

그린 모닝 예행사의 미니밴이 도착했다. 미니밴에는 이미 몇 명이 타고 있었고 우리를 태운 차는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나머지 승객을 태우니 기사 포함 모두 14명이다.


루앙프라방 가는 길은 산길이 대부분이었다. 아기자기한 채소밭과 붉은 갈대, 간간히 보이는 작은 마을들은 소박한 풍경이 되어 여행자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을 때 시들시들한 스위트오렌지를 사서 차 안에서 야금야금 먹었다. 뒷자리에 앉은 서양 여자에게 말린 맹고를 권했으나 사양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여기저기서 부스럭 거리며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내어 소심하게 먹는 모습이 재미있다.


점차 마을의 규모가 커지며 잘 정돈된 도로를 보며 루앙프라방에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유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니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까지 4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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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숙소, 마이드림 부티크 리조트 호텔, 에 들어서자 종업원들이 달려 나와 우리의 짐을 받아주며 테이블로 안내했다. 넓고 푸르르고 진분홍빛 꽃이 다닥다닥 핀 열대 꽃나무 아래에서 호텔에서 제공한 맹고와 레몬 거베너 차를 마시니 여행의 피로가 날아간다.


잘 꾸며진 숲 속에 있는 예쁜 빌라, 그냥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우리의 숙소는 별채로 떨어져 있어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며 한적하다. 폴딩 도어를 열고 베란다에 들어서면 열대우림의 식물원에 들어온 듯 온갖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니 난 이곳 라오의 녹색 세계에 흠뻑 빠져든다.


호텔 미니밴을 타고 북적이는 루앙프라방의 여행자 거리를 걸었다. 완전한 관광지로 자리 잡은 루앙프라방의 거리는 코끼리 바지, 꽃무늬가 프린트된 티셔츠, 수예 앞치마, 수공예 가방, 액세서리와 같은 물건을 파는 좌판이 널려 있있고, 망고, 파파야, 코코넛과 같은 열대 과일을 파는 포장마차도 많았다.

먹자골목에 들려 라오 국수와 샐러드 등을 먹었다. 식사 시간대가 아니어서 인지 골목은 한산했다. 고기와 야채가 듬뿍 들은 라오 쌀국수의 국물은 시원하고 맛있으며 영양도 만점이다.


다정이가 제안한 마사지를 받으러 음침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이층으로 안내를 받고 마사지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대로 뭉쳤던 종아리 근육이 풀어져 좋긴 한데, 너무 추웠다. 우린 전신 마사지를 받기 때문에 옷을 벗고 수건 하나만이 몸을 덮고 있을 뿐이었다.


참다못해 문 좀 닫아 달라 하니, 방 안에서 마사지를 하던 아가씨들이 까르르 웃으며 무슨 말인가를 서로에게 한다. 왜 손님들의 입장은 생각 못하는 것일까? 한국 같으면 전기장판을 깔았을 텐데, 이곳 라오는 서비스 산업의 틀이 아직 잡혀 있지 않은 듯하다.


밤공기가 차가워졌다. 좌판에서 숄을 하나씩 사서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서서히 쇼핑에 돌입, 살모사들은 티셔츠와 모자와 샌들, 그리고 코끼리 바지를 샀다.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와 자주 만나게 될 운명적인 툭툭 기사를 만나 열대 과일을 한 아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툭툭 기사에게 내일 아침 5시에 우리 호텔 앞으로 와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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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 프라방이 좀 더 북쪽에 위치해 있고 바로 옆으로 메콩강이 흘러서 인지 밤이 되니 한기가 흘렀다. 이불속에 누웠는데 추워서 잠도 안 오고 불쾌하다. 가방에서 파카를 꺼내 입고 양말을 신었다. 차고 눅눅한 이불을 덮고 내 몸으로 이불을 덥혀 나갔다. 추위를 덜기 위해 뜨거운 물로 샤워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호텔의 샤워 물은 미지근하다. 가인은 이불을 덮고 조금 기다리면 따뜻해진다고 하지만 난 루앙 프라방이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 해도 이런 눅눅한 방은 피하고 싶다. 내 호텔에 찾아오는 여행객을 위해서 낮엔 온도가 높으니 이불을 바짝 말려 놓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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