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하는 태국 한 달 살아보기
빨간 머리 앤과 함께 태국 여행
(2024. 01. 21)
24년 신년이 되자마자 남편이 사표를 썼다. 남편 66세 나 63세. 남편은 시원하면서도 섭섭해 보였다.
“우리 시간도 많은데 외국 나가서 1달 살기 해볼까?”
그래서 여행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생각한 것이 남미, 아프리카, 그리고 동유럽이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미, 아프리카는 돈과 체력이 부담되었다. 갚아야 할 융자금도 있고 체력도 자신 없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며칠이 지났다.
도서관에 가서 동유럽 스페인 한 달 살기, 동남아 한 달 살기, 일본, 터어키, 미국 등등을 남편 이름과 내 이름으로 한 아름 빌려왔다. 그리고 태국으로 결정했다. 물가도 싸고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좀 가까우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한창 일하고 바쁠 때는 자유여행에 대한 열망이 강했는데 웬일인지 지금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용기를 내야 한다. 더 나이 들어 후회하면 안 되잖나. 난 용기가 필요할 때는 ‘빨간 머리 앤’을 생각한다.
5명이 모여 온라인상에서 ‘Anne of Green Gables’, ‘빨간 머리 앤’을 영어원서로 읽었다. 7개월 반이 걸렸다. 혼자 했다면 첫 장도 못 넘어갔을 것 같다. 첫 장의 첫 문장은 온갖 미사여구로 수식하고 꾸며 대며 페이지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모르는 건지 잊어버린 건지 모를 단어가 끝도 없이 나온다. 단어를 찾고 찾고 또 잊고 잊고 하며 어렵지만 완독 했다.
이 책 420쪽과 421쪽에 걸쳐 이런 문장이 나온다.
I don’t know what lies around the bend, but I’m going to believe that the best does.
“저 모퉁이 뒤에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전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래요.”
태국 한 달 돌아다니기가 나와 남편에게 어떤 것이 될지 모른다. 나도 좋은 것이 있다고 믿으련다.
태국은 3월부터 급속히 더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후다닥 출발해야 하는데 1월 말에 잡힌 병원 예약 때문에 당장 갈 수가 없다. 날짜 변경을 시도했으나 종합병원이라 어쩔 수 없다. 그래서 2월 1일부터 2월 29일까지 여행 날자를 잡고 비행기표를 샀다. 항공권을 살 때는 스카이 스캐너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 출발하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