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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이야 Sep 20. 2024

2024. 02. 16. 수코타이 역사공원

수코타이 역사공원에서 만난 자전거 맨

2024. 02. 16.

수코타이 역사공원에서 만난 자전거 맨


매일 돼지고기 덮밥이나 쌀국수, 똠얌꿍 같은 것을 먹다가 야채수프도 먹고 치킨 수프도 먹었다. 베이컨에, 소시지에 샐러드 듬뿍, 동남아 특유의 찰기 없는 쌀밥과 달걀부침까지. 숙소에 800-900바트(3만2천원-3만6천원)를 쓰다가 1,000바트(4만 원)으로 올리니 딴 세상이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공간에 조식까지 먹을 수 있는 돈의 힘. 그 마력은 대단하다.


예약해 놓았던 스쿠터가 시간에 맞춰 헬멧과 함께 배달되어 왔다. 하루 350바트(14,000원)이다. 태국의 낮 온도는 참기 힘들기에 아침 일찍 스쿠터에 올라타고 상쾌한 바람에 옷깃을 휘날린다. 입장권(1인당 100바트, 4천 원)을 끊고 덩치 큰 가로수 길을 기분 좋게 걸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수코타이 역사공원에 발을 들여놓았다.


1238년 인드라딧야 왕에 의해 수코타이가 건국되었다. 인도차이나반도 일대가 힌두교가 주류였던 시대에 수코타이에 의해 반도 전체가 불교화되기 시작했다. 아유타야가 현 태국의 근본이라면 수코타이 왕국은 현재 태국 역사의 시작이라고 한다.


 한때 거대한 문명 도시였던 수코타이, 사원들의 원형은 사라지고 없지만 시간의 풍화작용을 거쳐온 거대한 돌기둥과 탑신들은 늠름하고 당당하다. 곳곳에 자리 잡은 부처상 역시 꽤 예술적이다. 길고 가는 코와 손가락, 부처님 옷자락의 섬세하고 자애로운 흐름, 곧고 꼿꼿한 자세와 우아한 선에서 수코타이의 아름다움이 넘쳐흐른다.


고려말 충신 길재의 시 <오백 년 도읍지를>이 머리에서 맴돈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유적을 둘러보던 중 한 남자를 만났다. 영어로 뭔가를 서양 사람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나도 몇 마디 보탤까 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인이다. 그는 60대 중반의 나이에 자전거만으로 세계여행을 하고 있었다. 50대 중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으로 건너가 영어 공부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 것이다. 다른 나라로 이동할 때,  즉, 바다를 건너야 할 때에는 비행기를 타지만 그 이외에는 자전거만 타고 다녔단다.


“그럼, 비행기 탈 때는 자전거를 어떻게 가지고 가나요?”

“다 분해해서 캐리어에 넣어 부칩니다.”

“ 그런데 사모님이 허락하셨는가 보네요.”

“ 제가 월급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남편은 이 남자가 부러웠다. 계속 그 남자 이야기를 했다.


“이게 내가 꿈꾸는 삶인데.”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데.”


저녁을 먹고 아예 그 사람이 머무는 숙소로 옮겼다.

400바트(16,000운)짜리 아주 소박한 숙소로. 그리고 남편과 그 사람은 숙소 응접실에 앉아 밤늦도록 함께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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