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을 찾아 헤맴
2024.02.20.
태국에서 캄보디아 그리고 호텔
태국 국경사무소를 바라보며 걷는다. 태국인과 외국인이 갈라져 들어간다. 약간 왼쪽으로 구부러진 길로 진입하여 철망 쳐진 가게를 통과해 2층 passport control로 들어가 11시 48분에 출국 수속을 끝내고 출국장을 나와 2-3분 걸어 곧 캄보디아 입국장에 도착했다.
뭔가 두렵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절차를 끝내고 나오니 캄보디아 국경 마을인 <포이펫>이다.
저쪽에 버스 대여섯 대가 세워져 있고 멀지 않은 곳에 택시도 있다. 태국의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는 늘 툭툭기사나 택시기사들이 먼저 다가와 어디 갈 거냐고 물었었다. 이 나라는 사믓 다른 것 같다. 우물쭈물하며 버스 쪽으로 가 보았다.
한 남자가 다가왔다.
"어디 가세요?"
씨엠립의 숙소 주소를 보여 주었다.
"오케이 오케이, 나 여기 알아요. 이리 오세요."
그는 남편과 나를 택시에 태웠다. 그는 택시 기사가 아니고 브로커였다. 택시 기사에게 손님을 넘기며 소개비를 받았다.
기다려도 택시는 갈 생각을 않는다. 창 밖을 보니 그 키 크고 뺀질거려 보이는 중개인은 또 다른 승객과 협상을 하고 있다. 우리 택시 기사는 택시 옆에 서서 중개인이 물어다 줄 손님을 기다리며 공손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저분에게 소개비를 줘야 해서 자기는 조금밖에 돈을 못 번다고 말하며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이 가엾은 양반에 동정의 마음이 생긴다.
한 사람이 더 왔고 차는 출발했다. 그는 우리랑 가는 방향이 같으니 염려 말라고 한다. 어딘가에서 그 승객은 내렸고 택시는 다시 움직였다.
한 동안 달리던 택시는 뜬금없이 어떤 주택 앞에 섰다. 집 안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나왔다.
그들을 태우고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서로 잘 아는 사이인지 서로의 안부와 일상을 묻는 듯했다.
어떻게 이 사람을 중간에 태웠냐 물으니 중간에 콜이 와서 태웠다 한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캄보디아는 이런 식인가 싶어 당황스럽다.
다 온 것일까? 여기서 내리란다.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줘야지 여기가 호텔이냐 물으니 우리를 데려다줄 툭툭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거다. 택시는 그 동네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자기가 툭툭이 기사와 말을 해 놓았으니 그걸 타고 가란다.
내리자마자 한 툭툭 기사가 반갑게 다가왔다.
난 호텔에서 툭툭을 보냈나 생각했다.
"**호텔에서 오셨나요?"
"아니요."
"아까 그 택시기사 아는 사람이에요?"
"몰라요"
그는 택시 기사와도 호텔과도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도대체 이게 뭔지 모르겠다. 그 택시 기사는 도중에 우리를 내려놓고 달아난 것인가.
주소를 보여주니 '나 여기 알아' 하며 타란다. 이곳 기사들은 주소를 보여주면 '나 여기 알아'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나 보다.
호텔 찾는 것도 너무 어려웠다. 나 여기 안다고 한 툭툭 기사는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녔다. 한참을 다녀도 못 찾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호텔의 직원과 통화했음에도 못 찾고 뱅뱅 돌았다. 그 이름의 호텔이 없다. 한 시간을 헤맨 툭툭 기사는 자기가 시간 교대를 해야 해서 가야겠다며 내리란다. 그 대신 차비는 받지 않겠다 하고 가버렸다.
너무 황당하다.
또다시 툭툭을 하나 불러서 주소를 보여 주고 그곳에 갈 줄 아느냐고 물으니 나 거기 안다며 타란다. 그 툭툭 기사도 역시 호텔을 못 찾고 헤매었다.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적당한 곳에서 내렸다. 좀 똑똑해 보이는 젊은 남자에게 부탁하여 그 호텔에 전화하여 그곳이 어디인지 물어봐 달라하였다.
그는 호텔에 전화를 했고, 그 호텔은 걸어가기는 멀다 말하며 툭툭을 잡아주고 내가 가야 할 곳을 기사에게 알려주었다.
드디어 호텔에 도착했다. 그러나 호텔이름이 내가 가려는 곳과 다르다. 툭툭 기사에게 좀 기다려 달라 부탁하고 안으로 들어가 이곳이 **호텔이냐 물으니 맞다고 한다.
밖으로 나가 차비를 계산하고 다시 들어왔다. 난 **이름으로 예약했는데 왜 여기 이름이 @@냐고물으니 그 동글동글하고 예쁜 직원은 싱겁게 대답한다.
"이름은 달라도 똑같은 곳이에요."
이름을 바뀠단다.
기차 타고 국경을 넘고, 택시 타고, 툭툭을 세 번이나 갈아타고 더워 죽겠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직원에 화가 났다.
방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에어컨을 틀려고 하니 리모컨이 없다. 리셉션에 가서 리모컨이 없다고 하였다.
" 에어컨이 없는 방을 예약했잖아요."
" 무슨 소리. 난 분명히 에어컨 방을 예약했어요."
난 한글로 된 호텔 앱을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에어컨을 나타내는 눈의 결정체 그림을 짚으며 말했다.
"한글은 이해 못 하겠지만 이 에어컨 그림이 있잖아요."
그 직원은 그럴 리가 없다며 답답해했고 난 분명히 에어컨 방값을 지불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억울해했다.
그렇게 다투면서도 그 여자가 참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는 은밀하게 리모컨을 내어주며 '보스'가 알면 자기가 돈을 물어내야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뭐가 이렇게 깔끔하지 못할까.'
캄보디아에 대한 첫인상, 별로다.
길 건너 카페에 가서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자연스럽게 태국의 맥주 '창'이 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