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여행기 8탄>

매진이라는 이름의 드라마

by 프레이야

<사파여행기 8탄>

26.02.16


매진이라는 이름의 드라마

"큰일 났어!" 가인이 급한 소리를 낸다. "왜? 왜?"

"세종 가는 버스가 5시 이후는 다 매진이야."

"그럼 5시거라도 일단 사 봐."

가인이 정신을 집중하고 17:00표 두 장을 예매한다.


베트남항공 하노이발 10:40 출발이고 인천은 16:30 도착이다. 가인은 혹시 취소표가 있을까 하여 수시로 예매사이트를 들락거렸다. 그는 늘 여행 마지막 날 아침에 예매를 해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내 경우는 인천공항 갈 때 가인이 내 것까지 예매했으므로 올 때도 그러려니 하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인천공항 오면서 돌아갈 표까지 다 예매한 상태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시간으로.


짐을 정리하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단은 <몽빌리지 호텔>에 비해 훨씬 간소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것이 많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데, 이 정도면 의지 불태우지 않아도 적당히 먹고 나올 수 있다.


호텔리셉션에 가서 체크아웃을 했다. 젊은 여자 직원은 한국말을 꽤 잘한다. 한국이 좋아서 한국어를 공부했단다. 웃음도 많고 친절하다. 우리가 택시 타고 떠날 때 까지도 가방을 끌어다 주며 배웅한다. 친절은 기분이 좋은 것이다.


슉슉, 삐융삐융, 정신없이 움직이는 오토바이, 차량들을 뚫고 무사히 공항에 도착한다.


이제 비행기를 타야 한다. "취소표 안 나왔어?"

"없어." 문제가 생긴 거다. 인천 공항에 도착한 후 30분 만에 버스를 탈 수 있을까? 비행기가 예상보다 빨리 출발하면, 잘 하면... 아무래도 한 시간은 여유가 있어야 되는데...


좌석 앞 모니터 비행 안내를 본다. 한 시간 남았다. 30분 남았다. 거의 다 왔다. 기장이 말한다. "잠시 후 우리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말이 잠시 후다. 한 참 더 간다. 드디어 인천공항이다. 16:10분. 비행기가 멈췄다. 아니다. 질질 끌고 있다.

비행기는 예상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지만 한동안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왜 문을 안 여는 거야? 16:35 비행기서 내려 부지런히 수화물 터미널로 달리듯 걷는다.


수화물 컨베이어 벨트에 바짝 다가간다. 나오면 순식간에 채어 달릴 것이다. 빈 벨트만 빙글빙글. 수화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골프가방, 또 골프가방, 연이어 골프가방, 남자들은 골프가방을 잡아끌어 한쪽에 쌓아 놓는다. 여자들은 "아, 내 거 저기 있다."라고 말한다. 남자는 돌쇠처럼 기꺼이 들어 내려준다.


이제 여행가방이 나오기 시작한다. 한 바뀌 두바퀴 일행이 말한다. "50분까지 기다렸다가 안 나오면 그냥 두고 둘은 버스 타고 가." "짐은 소온이 찾아서 공주로 가지고 가고." "괜찮은 생각 아냐?"소온에게 짐 덩어리가 떨어진 것이다. 세 개를 혼자 싣고 가야 하니 소온에게는 어렵겠지만 신박한 생각이라고 감탄했다. 역시 똑똑한 친구들이야.


잠시 후 소온이 말한다. "공주는 빈자리가 많아." "어? 그래?"


난 가인을 불렀다. "우리 버스표 취소해. 공주는 자리가 있대." 출발 11분 전 취소버튼을 눌렀다. 약간의 위약금이 있다.


우리 가방이 나온다. 17:15분.

다정과 혜율은 가방을 받아 대전행 버스를 타고 떠나고 소온과 가인과 나는 식당으로 간다. 뜨끈뜨끈한 콩나물죽이다. "아, 맛있어." 아주 아주 여유 있게 콩나물 죽을 음미 한다. "역시 우리 음식이 최고야."


세 명이 공주행 버스를 탔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천국의 계단>,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쓴 <로얼드 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겉으로는 기상천외한 유머 작가지만 실제 삶은 비극과 논란, 그리고 깊은 그림자가 뒤섞인 사람이다.


공주 터미널에 소온의 남편과 가인의 남편이 나와있다. 소온은 남편과 떠났고 난 가인 부부의 차에 동승한다. 가인 남편 미스터 최와 가인이 앞자리에 앉아 이야기한다. 친구 같은 부부다. 젊은 부부 느낌이다. 유쾌하다.


집에 왔다. 남편이 반긴다. 밥도 했고 청소도 해 놨다. 남편이 말한다. "나 혼자 못 있겠어. ***없으니까 심심하고 허전해." 큰일이다. 사람들이 말하던 ‘젖은 낙엽 증후군’이 벌써 시작된 걸까.

붙으면 잘 안 떨어진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