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 대화했어요, 밥 말고”

by 인또삐


– 대화, 다양성, 그리고 우연한 감동

“도대체 가족모임이 뭐라고…”

이런 생각, 솔직히 해보신 적 있을 거다. 그냥 모여서 밥 먹고, 서로 인사하고, 대충 안부 묻고 흩어지는 식. 너무 익숙해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여겼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부모님이 모처럼 대구에서 올라오셨다. 긴 연휴를 함께 보내기로 한 순간부터 마음 한구석이 바빠졌다. 이번만큼은 좀 색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단순히 맛집 예약하고, 테이블 세팅만 바꾸는 걸로는 부족했다. 핵심은 하나. “서로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시간”.

대화가 중심이 된 모임

사실 가족끼리는 말이 잘 안 통한다는 말, 많이들 한다. 그런데 그건 대화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화할 기회를 안 만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우리는 그걸 먹는 걸로만 채워왔다. 식사로 모임이 시작되면 대화는 주방에서 끝난다. 이번엔 다르게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말이 아닌 관심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자고.

그래서 집밥 중심. 약간의 배달음식. 메뉴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어떤 반찬을 준비했는지가 더 중요했다. 거기에 ‘왜 이걸 골랐는지’ 이야기가 붙었다. 음식은 핑계였고, 이야기가 주인공이었다.

뜻밖의 감동은 준비된 배려에서 온다

5월 5일, 어린이날. 처형 집에서의 저녁모임이 절정이었다. 단순한 가족 모임이 아니라, 마치 작은 축제 같았다. 정성껏 차려진 음식, 깔끔한 테이블, 손님을 배려한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놀라웠다. “이 집, 이번에 마음 제대로 먹었구나” 싶은 기분 좋은 충격. 그냥 밥 먹는 자리가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공간이 됐다.

알파세대의 반란

막내가 기타를 꺼냈다. 맨날 휴대폰만 들여다보던 아이가. 기타 연주에 이어 아들의 피아노, 그리고 뜻밖의 화투 게임(!). 남녀 사촌들이 얼굴 붉히지 않고, 진심으로 즐기며 어울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이게 진짜 가족의 힘이구나 싶었다.

외식보다 깊이 있는 집밥, 진짜 대화의 맛

놀라운 건, 한 번도 외식을 하지 않았다는 것. 각자 준비한 음식,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모였다. 그 자체가 의미였다. 외식보다도 훨씬 기억에 남고,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니, 결혼 후 28년간 이런 모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동안의 가족 모임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은 늘 있었다. 이제는 알겠다. 의미 있는 가족 모임이란, 준비된 ‘배려’와 예상 못한 ‘우연’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긴다.

그리고, 다음 모임을 기다리게 만드는 힘

이번 모임이 특별했던 건, “우리 가족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함께 있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함께 있으려는 마음의 질이 달라졌다.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는 이 시간들, 이제는 그냥 지나가는 이벤트가 아니라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누구든 한 가지씩은 준비해오자. 음식이어도 좋고, 이야기여도 좋고, 기타나 의미있는 사진이어도 좋다. 우리가 함께 만든 기억이 다음 모임의 재료가 되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가족모임 어땠어?”라는 질문에

“좋았어. 다음에도 꼭 이렇게 하자.”

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그 순간을,

나는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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