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 생각보다 가까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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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인천공항을 오간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공항은 늘 목적지였고,
주변 풍경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배경에 불과했다.

오늘 처음으로 무의도에 들어섰다.
공항에서 불과 10분 거리.
이토록 가까운 곳을 이제야 찾았다는 사실이
조금은 머쓱하게 느껴졌다.


오늘의 일정에는
오래 기다려온 만남이 하나 있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넉넉히 비워두었다.
서두를 이유가 없는 날은
그 자체로 드물고 귀하다.

해안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다.
관광지 특유의 소란은 없고,
바다는 굳이 인상을 남기려 하지 않는다.
이런 풍경 앞에서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점심으로 해물 칼국수를 먹었다.
과하지 않은 맛.
기억에 남겠다고 애쓰지 않는 음식은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오후에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앉았다.
에스프레소 한 잔,
책 몇 페이지,
그리고 메모 몇 줄.

이 시간이 좋았던 이유는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만남을 기다리는 시간조차
충분히 현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오랜만에 느꼈다.


그동안 서해안을 조금씩 찾아다니고 있다.
유명하지 않은 곳,
굳이 설명하지 않는 풍경.
무의도 역시 그런 인상을 남겼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섬은 조용했다.
딱 그 정도의 온도가 좋았다.


저녁 무렵 눈 소식이 들렸다.
비가 내리는 바다 위로
눈이 겹쳐질지도 모른다는 예보.

그 풍경을 기대하며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오늘 하루는
‘누구를 만나러 왔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기다렸는가’가 더 중요했다.

무의도는
그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 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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