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은 레알 삶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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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인천공항 도착 게이트 앞에 서 있으면, 이상한 감각이 든다.
여기는 여행지가 아니라 사람의 인생이 잠시 겹쳐지는 장소라는 느낌이다.

누군가는 피곤한 얼굴로 캐리어를 끌고 나오고,
누군가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휴대폰을 켠다.
정장을 입은 사람, 슬리퍼 차림의 사람, 눈빛이 텅 빈 사람, 반짝이는 사람.
그 누구도 같지 않다.
다만 모두가 어딘가를 다녀온 사람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은 어떤 이유로 국경을 넘었을까.
도전이었을까, 생계였을까, 도피였을까, 혹은 사랑이었을까.
공항은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의 서사가 표정과 걸음걸이로 흘러나오는 공간이다.


예전에 어른들은 말했다.
“인생이 막막하면 새벽시장을 가봐라.”
요즘이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삶이 답답하면 국제공항에 가보라고.

거기엔 성공한 사람도 있고, 실패를 안고 돌아온 사람도 있다.
잘나가는 인생도, 다시 시작하는 인생도
아무 설명 없이 나란히 걷는다.
그래서 공항에서는 이상하게도 비교보다 연대감이 먼저 생긴다.
“아,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구나.”

잠시 서 있기만 해도
내 삶이 너무 작거나 뒤처졌다는 생각이 옅어진다.
공항은 우리에게 묻지 않는다.
얼마나 벌었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다만 말없이 보여준다.
인생에는 정말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날 공항을 나서며
괜히 어깨가 조금 가벼워졌다.
다음 한 주를 살아갈 에너지를
어디선가 슬쩍 받아온 기분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도착과 출발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다.
공항이 레알 삶의 현장인 이유는,
그곳이 바로 인생의 환승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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