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생각보다 정교한 '연출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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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책을 읽다 보면 가끔 한 문장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한다. 오늘이 그랬다.

인간은 우주가 만든 가장 정교한 기계다.


우리는 사람을 설명할 때 외모와 성격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그 문장이 그 단순한 정의를 조용히 무너뜨렸다.

특히 뇌에 대한 설명에서 오래 멈췄다. 이 행성에서 가장 분주하고, 가장 밝게 빛나는 구조. 1000억 개의 뉴런이 매 순간 연결되고 끊어지며 감정을 만들고, 기억을 고르고, 다음 행동을 설계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엄청난 시스템을 너무 대충 사용하고 있다.

감정에 휘둘리고, 습관에 끌려가고, 무의식에 맡긴 채 하루를 흘려보낸다. 최정밀 악기를 아무 곡 없이 두드리는 것처럼.

이런 질문을 해본다.


나는 지금 나를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배우는 대본 없이 무대에 서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아침 아무 준비 없이 하루라는 무대 위에 오른다. 생각은 대사이고, 행동은 연기이며, 뇌는 그 모든 것을 조율하는 연출가다. 그렇다면 연출가를 방치한 채 좋은 공연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다.


인생의 질은 타고난 능력의 크기가 아니라, 자신을 얼마나 의식적으로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정교하다. 문제는 그 정교함을 얼마나 제대로 쓰고 있느냐다.

가장 뛰어난 악기는 이미 우리 안에 있다. 남은 것은 그것을 연주하기로 선택하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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