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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한 문장에서 오래 멈췄다.
재능은 시작이 아니라 결과다.
우리는 천재를 보면 반사적으로 말한다. "타고났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재능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을 만났을 때 비로소 드러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쇼팽이 피아노 대신 다른 악기를 먼저 만났다면, 우리가 아는 쇼팽이 되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가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 무언가가 맞아떨어졌고, 그 방향 위에서 재능이 천천히 자랐다. 재능이 쇼팽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적성이 먼저 쇼팽을 그 자리에 앉혔다.
학생들을 오래 가르치다 보면 이 차이가 선명하게 보인다.
밤새 작업을 해도 지치지 않는 학생이 있다. 카메라를 잡는 순간 눈빛이 달라지는 학생이 있다.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잘해서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미있어서 계속한다. 그리고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잘하게 된다.
적성의 본질은 그것이다. 보상 없이도 붙잡게 만드는 힘.
문제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그거 해서 먹고 살 수 있니?
그 한 마디로 수많은 적성이 취미로 밀려난다. 가능성이 검증되기도 전에, 방향이 닫힌다. 순서가 거꾸로다. 적성이 먼저고, 재능은 나중이다. 재능은 적성을 오래 붙잡고 있을 때 천천히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더 자주 던진다.
성공 말고, 무엇을 할 때 시간이 가장 빨리 지나가나요?
그 질문 앞에서 학생들의 표정이 조금 달라진다. 잠깐 멈추고, 어딘가 먼 곳을 보다가, 작게 웃는다. 그 표정이 이미 답이다.
어쩌면 교육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재능을 증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성을 발견하게 돕는 것일지 모른다.
재능은 찾는 것이 아니다. 방향이 맞았을 때 저절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