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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첫 주, 26학번 신입생들과의 수업은 유난히 살아 있었다.
눈빛이 반짝였고, 강의실 공기가 달랐다. 10년 전 처음 만났던 16학번 제자들이 겹쳐 보였다. 교수에게 이런 순간은 오래 남는다.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종류의 기억.
그런데 바로 다음 주, 2학년 수업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농담도 던져보고, 분위기를 살리려 애썼지만 수업이 끝났을 때 마음속에 남은 것은 한 문장이었다.
오늘 수업, 뭔가 잘 안 풀렸다.
그날 저녁 우연히 읽은 책에서 눈이 멈췄다.
수업에 온 학생들에게 먼저 감사하라.
짧은 문장이었는데, 오래 앉아 있게 만들었다. 나는 그동안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반응이 좋은지, 집중하는지, 열심히 듣는지. 교수가 먼저 무언가를 내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의 태도를 채점하는 사람처럼.
그런데 사실은 반대였다. 강의실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선택이다. 누군가는 오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는 자리에, 그들은 왔다.
이어지는 문장이 더 크게 다가왔다.
학생을 집중시키고 싶다면, 먼저 학생에게 관심을 가져라.
나는 오랫동안 강의의 질만 고민했다. 자료, 구성, 전달력, 설명의 정확도. 그런데 정작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충분히 보지 않았다.
다음 수업에서 작은 것을 바꿨다.
이름을 불렀다. 질문을 더 들었다. 짧은 대답에도 반응했다. 기술이 아니라 시선을 바꾼 것이었다.
놀랍게도 수업이 달라졌다.
좋은 수업은 화려한 교수법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강의실은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기 이전에,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다.
그래서 요즘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 속으로 한 마디를 먼저 한다.
오늘도 와줘서 고맙다.
가르치는 일의 본질은 어쩌면 그 한 문장에 다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