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탕 냉탕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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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또삐

어제는 하루 종일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발단은 작았다. 문자 한 통을 대충 읽었다. 끝까지 읽지 않은 채 "아, 이거구나!" 하고 달려들었다가, 한참 뒤에야 "아, 그게 아니었네"를 깨달았다. 오전 내내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고, 스스로에게 잔소리를 했다.

왜 또 이랬지.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종류의 실수가 돌아온다. 나는 한 번 해본 일은 잘 틀리지 않는다. 문제는 언제나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그때마다 어딘가에서 꼭 덤벙거린다.

성격 탓이다. 나는 '생각형'보다 '돌진형'에 가깝다. 가능성이 보이면 일단 뛴다. 장점은 속도고, 단점은 브레이크가 늦다는 것. 그리고 어제도, 그 단점이 정확하게 작동했다.


하루의 온탕이 끝나갈 무렵 노자의 『도덕경』을 펼쳤다.

참 묘한 책이다. 큰 소리로 가르치지 않는다. 거의 속삭이듯 말한다.

서두르지 마라. 비우면 채워진다. 다투지 않으면 이긴다.

장자를 읽으면 세상을 비웃는 자유가 생기고, 노자를 읽으면 마음이 조용해진다. "괜찮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어깨를 한 번 툭 두드리는 느낌. 어제의 나에게는 그 한 문장이 필요했다.

특히 이 문장이 오래 남았다. 욕망이 줄어들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생각해보면 내가 서두르는 순간에는 언제나 욕망이 먼저 달리고 있었다. 더 빨리, 더 잘, 더 먼저.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은 항상 욕망이었다. 노자는 그 반대편을 가리킨다. 덜어내라고. 세상의 속도를 바꾸기 전에, 마음의 속도를 먼저 낮추라고.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생각보다 먼저 움직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연습해보려 한다. 문자를 끝까지 읽고, 숨을 한 번 고르고, 그 다음에 움직이는 것.

온탕과 냉탕은 앞으로도 번갈아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자기 마음의 온도를 배운다. 불편한 하루가 가르쳐주는 것은, 편안한 하루가 끝내 말해주지 않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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