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이야기[2] ::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마이클 싱어 저.)
지난밤 서점사이트에서 우연히 마이클 싱어의 신간『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를 발견했다. 목차에 구미가 당기는 파트들이 있어서 적립금과 주말쿠폰 등등을 끌어모았더니 25원에 살 수 있었다.
중반부부터 펼쳐 {패러다임 전환} 파트를 읽다가 재미난 기억이 떠올라 기록으로 남겨본다.
옛날에는 엄마를 따라 집 앞 교회에 나가곤 했다. 예전엔 엄마와 함께 산책하는 날이 많았고, 교회문이 항상 열려있어서 엄마가 원할 땐 언제든 빈 예배실에 기도하며 머무를 수 있었다.
어느 주간에는 기도목록을 적어서 제출하면 목사님이 기도해 주는 행사 같은 게 있었는지 엄마가 세 가지 소원을 적는 용지를 가져와 건넸다. 적어주면 자기 것과 함께 교회에 제출하겠단다.
하여 나는 몇 시간을 꼬박 고민하여 원하는 바를 적었다.
그런데 며칠 후 엄마가 소원용지를 되돌려 주었다. 이런 건 너무 추상적이라서 기도해 주기 좀 그렇지 않으냐고 말했던 것 같다.
내가 적은 건 진행 중인 프로젝트 성취나 가족의 건강회복 등이 아닌, 내 마음과 정신이 언제나 풍요롭고 중심이 잘 잡혀서 매사 초연하고 싶다는 식의 내용들이었다.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의 27장 {패러다임 전환}에서는 소원목록을 적는 실험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소원들이 정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맞는지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진정 원했던 것은 물질목표 자체보다 그 목표가 가져다 주리라 예상했던 아름다운 경험들이었을 테니 그것도 소원 목록에 적으라는 것이다.
'날마다 매 순간 이전에 느껴 본 적 없는 가장 높고 완벽한 행복감을 느끼며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은 것들 말이다.
기도목록 반려 사건으로 되돌아오자면, 당시 나는 내면욕구를 목사님이 대신 기도해 준다는 데에 미묘한 거부감이 들어서 엄마의 검열(?)로 인한 퇴짜에도 크게 불쾌해하지 않고 빠르게 수긍했었다.
지금의 내 관점 상에선 저런 상황과 나의 반응들로부터 여러 가지 내면 블록들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화가 완벽한 인연사건으로 재해석되어서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귀욤뽀짝한 자아가 진실한 소원을 스스로에게 묻고 깊이 숙고해서 제출하자 → 그 소원을 이뤄줄 곳(보다 큰 자신)에 제대로 접수된 셈이지 않나.
다만, 이제는,
내면의 진실한 원함은 비교평가할 것 없이 그것 그대로 소중하고, 다른 이들로부터 받는 신성한 축복도 얼마든지 좋단 걸 느끼면서 열린 가슴으로 살아가고 싶다.
… 흥미롭게도 우리의 실험은 결국 우리를 속세로부터 영성의 한가운데로 데리고 왔다.
… 당신은 '오늘의 삼스카라'에 어울릴 것을 바깥에서 구하겠노라고 헤매고 있다. 원하는 것을 얻거나 싫어하는 것을 피하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당신의 가장 큰 욕망이나 두려움이 아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처리하고 나면 언제나 또 다음 문제가 수면에 불쑥 떠오른다.
결국 당신은 잠에서 깨어난다. 당신은 자신이 사랑을 느끼기를 원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당신을 사랑하는 누군가를 가지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늘 사랑을 느끼기를 원한다. 당신의 사랑이 어떤 사람이나 물건에 좌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조건 없는 사랑이라 부른다.
… 세상을 당신의 삼스카라에 들어맞게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치든가, 아니면 삼스카라를 놓아 보내는 데에 삶을 바치든가. 후자를 택한다면 당신은 세속적인 삶과 영적인 삶 양쪽을 다 살게 되지 않는다. 당신은 하나의 삶을 살게 된다. 일, 명상, 안거 수행, 청소, 쓰레기 비우기, 운전, 샤워가 모두 같은 일이 된다. 당신의 모든 일상에서 동일한 일이 일어난다. 당신은 장애물을 놓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일터에서 하든, 아이들을 데리고 축구장으로 운전해 가면서 하든, 장을 보면서 하든, 아니면 무엇을 하면서 하든 간에 그것은 똑같이 이롭다. 삶의 그 어떤 순간에도 당신은 있는 것을 그대로 즐기고 있거나, 아니면 있는 것을 즐기지 못하게 훼방하는 것들을 놓아 보내고 있다. 자신을 제약하고 있는 욕망과 두려움을 놓아 보내면 당신은 언제나 평안할 것이다. 자신을 받들어 모시는 대신 자신을 놓아 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패러다임 전환이다.
:: 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中, 마이클 A. 싱어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