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지키는 복장과 변화하는 여성들의 복장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 국제공항에 2020년 10월 3일 도착했을 때, 우리 눈에 가장 띄었던 것은 사우디 사람들의 복장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말자 흰색으로 된 옷을 입은 남자 직원이 길을 안내해 줬고, 눈만 내놓고 온몸을 검은색으로 가린 여자 직원이 입국심사대에서 우리 가족을 맞이해 줬다. 당시 공항에서 본 사우디 사람들은 모두 검은색 아니면 하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사우디에서 남자들이 입는 흰색 옷은 '토브(Thobe)'라고 부른다. 토브는 어떻게 보면 약간 원피스처럼 생겼지만, 거의 발까지 내려오는 흰색 옷이다. 보통 토브 안에 바지를 입는다.
위에서 보듯이 흰색으로 그냥 쭉 내려오는 복장이 토브이고, 머리에 두건처럼 쓰는 건 '셰마그(Shemagh)'라고 부른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때도 대부분 셰마그(Shemagh)를 쓰고, 그 위에 검은색 띠인 아갈(Agal)로 고정한다. 한 번은 기말고사 시험감독에 들어갔는데, 남학생들만 시험을 보는 과목이었는데, 1-2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셰마그와 아갈까지 쓰고 시험을 보다가 계속 아갈이 떨어져서 옆에 두고 시험 보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셰마그와 아갈을 잘 쓰고 고개를 숙이고 시험을 치르는 걸 봤다. 그리고 셰마그도 브랜드가 다양하고, 지방시(Givenchy) shemagh를 쓰고 있는 학생들도 자주 보였다. 사우디 온라인 쇼핑 몰인 Noon에서 검색해 보니 지방시 셰마그는 400 리얄 정도(약 14만 원) 한다. 그리도 거의 다 발가락이 나오는 샌들을 주로 신고 다닌다. 이렇게 아갈/셰마그/토브/샌들이 사우디 남자들의 가장 일반적인 복장이다. 거의 주로 하얀색 토브를 입는데, 겨울에는 종종 짙은 색 토브를 입는 경우도 많이 본다.
여성의 경우에는 흰색을 주로 입는 남성과 다르게 검은색을 주로 입고 있다.
처음 2020년 9월에 Higher Diploma 학생 10명은 모두 남학생들이었는데, 다음 해 2021년 9월에 들어온 학생들은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더 많았다. 그래서 여학생들을 가르치고, 만날 기회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여학생들의 복장도 자주 보게 되었다. 2021년 당시만 해도 1-2명을 제외하고는 아바야/히집/니캅 3종 세트를 모두 다 입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바야(Abaya)는 몸 전체를 가리는 겉옷이고, 히잡(Hijab)은 머리카락을 가릴 때 입는 것이고, 니캅(Niqab)은 눈을 제외하고 얼굴을 가릴 때 착용한다. 우리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아바야/히잡/니캅까지 입고 다니고, 학생들 중 10-20% 정도는 아바야와 히잡은 하는데, 니캅은 안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2022년 8월에 들어온 여학생 중 1-2명은 종종 시험 볼 때 히잡도 벗고 시험 보는 경우도 봤는데, 2023년 8월에 입학한 여학생 중 일부는 수업 중에도 히잡/니캅을 쓰지 않고 수업을 듣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우디가 많이 개방되고 매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요즘은 쇼핑몰에서 사우디 남자들도 무릎이 보이는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여자분들도 알록달록 다양한 색상의 아바야를 많이 입고, 심지어 히잡을 하지 않고 검은색 머리를 푼 채로 다니는 사우디 여성들도 자주 보인다. 얼마 전 스타벅스에는 사우디 여성으로 보이는 분이 히잡을 쓰지 않은 건 물론이거니와, 노란색으로 염색을 한 채로 주문을 받는 모습도 보았다. 사우디가 매달 매달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