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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드로스치 May 07. 2024

천상계의 인간(1)

희진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수건을 조물 조물 빨았다. 비누거품을 빼고 수건을 비틀어 물기를 쫙 빼자 손목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희진은 손목을 살짝 돌려본 다음 다시 힘을 줘서 수건을 비틀고 탈탈 털었다. 또다시 손목에서 뻐근함이 느껴졌지만 희진은 아랑 곳 하지 않고 다른 수건을 빨고 힘껏 비틀어 짰다. 손을 씻기 위해 기다리던 여자는 희진이 나가자 ‘쯧쯧쯧'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누군데"


화장실에서 친구가 나오며 묻자 여자는  방금 희진이 나간 화장실 출구를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방금 나간 여자, 십 년째래. 혼수상태 남편 수발한 지가. 쯧쯧… 젊은 여자가 박복도 하지.”


“십 년째?  저쪽 6인실에 있는 환자 아냐? 아냐… 이제 한 달쯤 되었을걸?”


“집에서 치료하다가 응급상황 오면 다시 병원 왔다가…그런 거야. 쯧쯧… 이번에는 중환자실에서 꽤 있다가 일반 병동으로 옮긴 거래.”


“십 년이면 아무리 집에 있다 해도 병원비가 어마어마하겠네… 차라리… 위급상황에 병원 안 오는 게 낫지 않아? 아니면…그 뭐냐… 안락사…그런 거 해야 는 거 아냐?”


“얘는…그런 소리…”


그때 나갔던 희진이 다시 화장실로 들어섰다. 이야기를 나누던 여자들은 ‘흠'흠' 헛기침을 하며 손을 씻었다. 희진은 세면대 옆에 두고 나간 수건 하나를 낚아채듯 집어 들고는  수건을 쫙  펼쳐 여자들 옆에서 탈탈 털었다. 수건에서 나온 물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어머… 뭐 하는 거예요?”


차가운 물방울에 놀란 여자가 호들갑을 떨다가  차갑게 굳은 희진의 얼굴을 보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희진은 수건을 다시 한번 촤고 털고는 화장실 밖을 나섰다.


커튼을 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 희진은 의자에 털썩 앉아 침대에 엎드렸다.  이제는 쏟아져 나올 눈물도 없기에 그저 흥분한 숨결만 내쉴 뿐이었다. 거친 숨결이 차분히 가라앉자 희진은 초점 흐린 눈빛으로 가만히 누워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서른아홉 젊은 나이에 누워 이제는 마흔아홉… 한두 가닥이었던 새치는 이제 새하얀 머리가 되었고 누워만 있어선지 주름하나 없는 얼굴이 낯설었다. 희진은 조심스레 남편의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다 문득 자신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고운 남자의 피부와 달리 자신의 자신의 손은 나이에 맞지 않게 주름도 보이고 여기저기 터서 거칠었다. 희진은 한숨을 크게 내쉬고 나쁜 생각을 털어버리듯 고개를 크게 좌우로 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빨아온 수건으로 남자의 얼굴과 몸 구석구석을 닦기 시작했다. 깨끗이 닦고 로션까지 바르고 그의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잘 자고 있어요. 금방 다녀올게.”


희진은 서둘러 병원 지하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프리랜서 기자라는 직업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남편의 병원비를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그의 곁을 떠나 머무는 게 불안했던 희진은 자신의 남편이 있는 병원에서 할 일을 찾아봤다. 다행히 병원 측의 도움으로 희진은 이렇게 장례식장일등 병원의 잡일을 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 늦지 않았어요?”


“아니야. 딱 교대시간인데 뭐… 손님도 영… 없어. 애기 장례식장이라 그런가… 휴… 안 됐어 부모도 애도…”


희진과 교대하는 직원에게 간단한 안내를 받고 희진은 옷을 갈아입고 식장으로 들어갔다. 손님들이 먹고 가신 테이블을 치우고, 쓰레기를 버리고 나서 울음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젊은 여자가 영정사진을 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아이가 석 달 정도 혼수상태랬나… 사진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엄마는 가끔 병원식당에서 마주치면 눈인사를 나누던 여자였다. 희진은 그녀가 안되었다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이제 병원 생활이 끝이네요…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희진은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행주를 가져와 다시 테이블들을 박박 닦기 시작했다.


“뭘 그렇게 닦냐, 논?”


“응, 이 얼룩이 잘 안 지네. 여기 말랴. 아무리 닦아도 안져 “


점지할 부모들을 살펴보는 스크린 중 하나에 뿌연 얼룩이 생겼는데 아무리 닦아도 영 깨끗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논이 얼룩을 살펴보는데 플로피의 왼쪽머리가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더니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좋은 방법이 있다 논. 잠깐 비껴봐라. 내가 해볼게”


“어떻게? 응 알았어.”


논의 대답과 동시에 플로피의 왼쪽머리가 ‘하~’하고 거친 숨을 내뿜더니 뽀얗게 된 스크린을 커다란 혓바닥으로 쓱 핥기 시작했다.


“플로피!!!!!!”


“왈왈!!!!”


논과 플로피 다른 두 마리의 짖는 소리에 왼쪽머리는 얼른 핥는 것을 멈췄지만 어느새 스크린은 침 투성이가 되었다.


“이게 뭐야, 플로피 더 더러워졌잖아!”


“그래도… 더 잘 닦일 거다. 한번 닦아봐라, 논"


다른 두 머리에 낮게 으르렁거리자 왼쪽머리는 움찔 데면서 조용히 이야기를 했다. 논은 한숨을 푹 쉬고 축축하게 젖은 스크린을 수건으로 닦아 내기 시작했다.


“어? 어?... 지워진다. 지워졌는데… 플로피?”


논이 깨끗하게 얼룩을 닦아내자 왼쪽머리는 의기양양 고개를 높이 들며 나머지 두 머리를 아래로 내려봤다. 두 머리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지만 플로피의 꼬리는 기쁨에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플로피, 너 여기 왜 있어? 오늘 3 삼신국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 그것 때문에 왔다. 논, 너도 같이 가자.”


“나도? 나도 가보고는 싶은데 오늘은 영혼의 꽃밭에서 바르를 돕기로 했는걸. 여기서 스크린만 닦고 바로 꽃

밭으로 가려던 참이야.”


“안 가봐도 됩니다. 오늘은  꽃밭에 하루 종일 비를 내릴 계획입니다.”


뒤에서 들리는 삼신의 목소리에 논과 플로피는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삼신님. 비를요?”


"네, 이번에 오신 영혼 7777번 님의 빛을 모은 비를 뿌리려고 합니다. 조금씩 하루 종일 줄 계획이니 오늘은 꽃밭에 가지 않으셔도 돼요.”


“영혼 7777번 님은 아직 환생 안 하시잖아요? 그리고 빛을 뿌리면 영혼님은 어떻게 환생하시는 거예요?”


“영혼 7777번 님은 이제껏 쌓아둔 빛이 꽤 있으시답니다. 열 번 삶을 마치고 나면 새로운 영혼의 씨앗이 되죠. 그래서 10번째 삶을 마칠 때마다 모아둔 빛이 그대로 있어요. 이번에 그 빛 중 일부를 밭에 뿌리기로 했어요. 좋은 비료가 될 거랍니다.”


삼신의 말에 논이 고개를 끄덕였다.


“플로피와 함께 3 삼신국에 다녀오세요. 3 삼신국으로 가는 길이 무척 아름답답니다.”


삼신의 허락에 논과 플로피는 간단히 나갈 준비를 하고 환생궁을 나섰다. 구름이 이동하기 시작하자 플로피는 목에 걸치고 있던 보자기를 풀어달라는 듯 논에게 고개를 내밀었다. 논이 보자기를 열자 달콤한 사탕이며 초콜릿, 그리고 고소한 쿠키들이 가득 있었다.


“삼신님이 넣어주셨다. 논, 우리는 허공보관함이 없으니 이게 다다. 돌아올 때 3 삼신님께 더 달라고 하자.”


“그래. 플로피.”


논은 미소를 지으며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었다. 달콤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쿠키세개를 플로피의 입에 하나씩 넣어주니 플로피의 꼬리가 세차게 흔들렸다.  3 환생국은 환생국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인간의 영혼들이 사는 마을과 가까웠다. 삼신들을 만나기 위해 왔었던  영혼마을을 지나치며 고도를 낮추자 마을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논은 마을에서 만났던 ‘한'이 생각났다.


“플로피, 전에 우리가 만났던 한 말랴.”


“회의장에 함께 있었던 영혼 인간 말이냐?”


“응, 그 사람 영혼만 여기 있다 했지? 그럼 몸은 인간계에 있다는 건데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또 있어?”


“아니다. 논 … 인간의 영혼만 여기 있다는 건  육신에 붙어있을 만큼 몸이 건강하지 않다는 거고… 그런 약한 몸으로 긴 세월을 이겨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처럼 오랫동안 이곳에 있는 이들은 그들의 몸을 지키며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뜻한다.”


“아… 기다리는 사람… "


“그런데 논, 혼수상태 사람들이 언제 현실로 돌아가게 되는지 아나?”


플로피의 질문에 논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현실 세계의 기억을 잃어버린 자들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현실을 기억하지 못하기에 몸과 연결이 약해졌지. 한처럼 오래된 자들은 처음에 육신의 고통이 강했기에 기억들을 대부분 잊어버린다. 그리고 서서히 기억을 찾는데 현실의 자신을 자각한 순간 다시 돌아가는 거지. 그런데 자신의 이름, 그리고 현실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사람…그런 기억을 기억하지 못하면 돌아가지 못하는 거다.”


논은 한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의 마음이 느껴져 입안의 초콜릿이 쌉싸레하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구름은 인간들의 마을을 지나 나무가 빽빽한 숲 위를 날고 있었다. 고도를 낮추자 숲 향기가 코끝을 거쳐 가슴깊이 들어왔다. 논은 숲 냄새를  온몸에 저장하듯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플로피와 함께 엎드려  나무 사이 흐드러지게 핀 꽃들, 놀고 있는 다람쥐와 토끼들 등 작은 동물을 구경했다. 어느새  나무가 듬성듬성해지고 숲이 끝나더니 넓은 공터가 나타났고 구름은 속도를 낮추며 착륙준비를 하였다.  플로피와 논이 구름에서 내리자 공터에서 놀고 있던 어린아이 몇이 플로피의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쭈뼛쭈뼛거리며 다가오는 아이들이 귀여워  플로피 세 마리는 얌전히 바닥에 앉아 아이들이 쓰다듬기 쉽도록 머리 셋을 내밀었다. 고개를 숙였지만 플로피의 기괴한 모습에 아이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데  게 중 가장 커 보이는 남자아이 하나가  용감하게 플로피에게 다가왔다. 살랑거리는 꼬리를 보던 아이는 천천히  손을 올려  플로피의 가운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왼쪽머리도 쓰다듬으며 오른쪽 플로피의 표정을 쳐다보더니 뒤를 돌아  가만히 서 있는 아이들에게 외쳤다.


“이쪽 머리 쓰다듬어 줄사람? 진짜 부드러워"


아이의 외침에 몇 명의 아이들이 쭈뼛쭈뼛 다가오더니 플로피를 안고 쓰다듬고 사랑을 나눠줬다. 플로피의 꼬리가 사방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논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 가만히 서있는 한 아이를 보고는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넌….”


그 아이였다. 논이 무의 공간에서 나온 날 지옥 입구에서 마주쳤던 아이, 그리고 얼마 전 혼수마을에서 만나 깜박이며 사라졌던 아이… 아이는 맑은 눈으로 논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이곳에 왔구나… 너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논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이아이는 논을 보고 밝게 웃더니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다른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어느새 플로피가 옆으로 다가왔다.


“전에 그 아이인가, 논?”


“응… 전에 우리가 봤던 애. 혼수마을에서… 이곳에 왔다는 건… 현생에서 죽음을 맞이한 거지?”


“그렇다.”


플로피의 대답에 논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여기 있는 아이들 모두 죽음을 일찍 맞이한 아이들이다. 대부분 아직 세상의 물이 들지 않은 맑은 영혼 그대로이지. 이들은 환생국, 즉 우리가 머무는 2 환생국으로 바로 오지 않고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환생국에 있는 아이들과 뭐가 다른 거야?”


“환생국의 아이들은 전생의 모든 기억을 찾으며 그들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간 모습들이다. 전생의 모든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이들도 있고 오직 행복했던 그 순간의 기억만 간직한 이들도 있지. 이곳 아이들은 2 환생국과는 다르다. 아직 환생준비가 안된 이들이기에 전생의 기억들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면 지난 전생…그러니까 여기 오기 직전의 그 전생은 기억하는 거야? “


“그렇지 않다. 그렇게 되면 부모와 헤어져 죽음으로 오는 과정이 너무 마음이 아프지 … 이들이 현재 기억하는 건 오직 행복했던 순간순간일 뿐이다. 이들이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시간이 되면 대부분 저절로 전생의 기억을 찾지. 그때 우리 환생국으로 이동해 환생상담을 하게 된다.”


논은 플로피와 대화 중 아래쪽에서 누군가 끄는 느낌이 들어 아래를 바라봤다. 3살쯤 되어 보이는 조그만 여자

아이가 논의 바짓가랑이를 잡더니 논과 눈이 마주치자 어느새 텅 빈  공터 끝쪽을 가리켰다.


“아가야, 저쪽은 왜? 저기 가자고?”


논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그만 손을 논에게 내밀었다. 논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손을 쥐었다. 조그맣고 따뜻한 온기가 논의 손바닥 끝을 간지럽혔다.  아이의 손을 잡고 공터 끝으로 걸어가자 순식간에 공터가 커다란 건물 안으로 바뀌고 손을 잡았던 아이의 모습도 사라졌다. 논은 아직도 손끝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좋아 손을 살짝 뺨에 가져다 대보았다.


“어서 오세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3 삼신이 나와있었다.  3 삼신은 회색머리를 질끈 묶고 몸에는 하늘색 포대기를 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지요.”


안쪽을 가리키며 돌아선 삼신의 뒤로 조그마한 아가가 포대기 속에 쏙 파묻혀 자고 있었다.

저렇게 귀여운 아가가 일찍 세상을 떴구나… 논은 아기의 모습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가슴 한 편이 찡하게 아파왔다.

방으로 들어간 삼신은 포대기를 풀어 잠든 아기를 아기 침대에 조심히 옮겼다. 그리고 아기 침대 앞 허공에 커튼을 치는 동작을 하니 아이침대 앞에 하늘하늘 거리는 가림막이 쳐졌다.


“이곳 소리는 아기 쪽으로 전달이 안되니 푹 잘 겁니다. 어서 와요. 오는데 지루하지는 않았어요?”


“아닙니다. 삼신님께서  이곳 오는 길이 아름답다시더니 정말 숲이 너무 좋더라고요. 인간마을부터 고도를 낮춰 구경하며 오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이따 점심 먹고, 그쪽으로 돌아가기 전 같이 산책을 가보죠. 직접 걸으면 더 좋답니다.”


논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의 얇은 커튼을 슬쩍 쳐다보았다. 논의 눈길을 따라간 3 삼신이 빙긋이 웃었다.


“궁금하죠… 왜 제가 아이를 업어서 재우는지…저런 아기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요.”


“아…네… 여기 있는 아이들은 현생에서처럼 정말 아가들인가요?... 아 제 말은 …그러니까 저렇게 어린 아가들은 엄마젖이나, 분유를 먹는 건가요? 인간세상에서처럼 요. 그리고 저렇게 업어 재우고 그러면 삼신님 혼자 어떻게 수많은 아이들을 돌보나요?”


“흠… 일단 마지막 질문에 답을 하자면 저 혼자 돌보는 건 아니랍니다.”


3 삼신이 말을 마치는 순간 주변에 갑자기 보이지 않았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빛 몇 개가 커튼 속으로 날아가 아가 침대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논이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니 빛은 날개를 가진 작은 인간의 모습이었다. 삼신이 다음말을 시작하자 순식간에 빛들은 다시 사라졌다.


“이곳 아기들은 모두 천국에서 오신 말라크, 인간들은 천사라 부르더군요. 그분들이나,  천국에서 살고 계시는 영혼님들이 함께 돌보고 있답니다. 그리고 제가 아기를 업은 것은 그저 사랑하는 마음에 좀 더 편안한 휴식을 주려고 업은 거지 이곳의 아이들은 이미 삶을 끝낸 몸, 원한다면 언제든 편하게 잠이 들고, 편하게 먹을 수 있지요.”


“그럼, 삼신님… 이곳 아이들도 자라나요?”


삼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원칙적으로는 아이들이 자라게 되면 2 환생국으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자란다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대부분  직전 삶의 기억을 찾는답니다. 전생의 기억이 돌아왔다는 것은 영혼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준비가 되었다는 거지요.

그런데 예외는 있습니다. 키가 자라고 외형이 바뀌는데도 전생의 기억을 전혀 찾지 못하는 아가들이 가끔 있지요.

누군가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 특히 부모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 그들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게끔 해두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아픈 일만 잔뜩 겪었으니까요.”


“그런 경우는 환생국으로 언제 가게 되나요?”


“그런 아이들은 다른 아이 영혼들과 달리 성장을 합니다. 인간세상과 같은 속도는 아니지만 영혼의 치유 속도에 맞춰 각자 다른 성장을 하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 이전 삶의 기억들을 찾게 됩니다. 그때 환생국으로 이동을 하여 환생준비를 합니다. “


“만약 부모에게 죽음을 당한 이번 삶이 첫 삶이었다면요?”


“그런 경우는 처음부터 이곳으로 오지는 않는답니다. 바로 환생국으로 가서 영혼의 꽃이 되어 준비 시간을 갖고 환생을 하지요. 자, 이제는 직접 보면서 이야기를 해볼까요.  실제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러 가보지요.”


말을 마친 3 삼신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플로피도 그 뒤를 따라 나갔다. 논도 자리에서 일어나다 다시 고개를 돌려 얇은 커튼 가까이 다가섰다. 논이 다가서자 커튼이 소리 없이 열리고 그 안에 잠든 아기가 보였다. 아기가 숨을 쉴 때마다 배 위에 살짝 얹어진 이불이 오르락내리락하였다. 논은 아가의 통통한 볼을 만져보고 싶어 손을 내미려는데 문밭에서 컹 하는 소리가 났다. 논은 아쉬움에  아가 머리맡 허공에 가벼운 키스를 하고 플로피를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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