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최근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손석구 님은 “나에 대한 연구일지를 쓴다고 할 때, 적을 첫 문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무도 안 볼 것처럼 솔직하게 쓰자.” 솔직하게 쓴 글은 나중에 봐도 자연스럽게 읽히는데, 그렇지 않은 글은 ‘이게 무슨 뜻이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하기 전, 저도 손석구 님의 말을 발판 삼아 저의 촬영 일지를 솔직하게 써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몇 년 뒤에 이 글을 봤을 때 당시의 감정을 생생하게 추억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솔직하게 쓰면 글이 ‘날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날 것이 진정한 ‘나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제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활동하고 있는 ‘M씽크’ 덕분입니다. ‘M씽크’란 젊은 시청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MBC가 매년 ‘MBC 청년 시청자 위원’을 뽑는 대외활동으로 현재 5기가 활약하고 있는 활동입니다. 하지만 이 M씽크로 활동하는 모든 인원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M씽크 활동자들 전원이 면접을 봐서, 뽑힌 소수 인원만이 MBC 자사 비평 프로그램인 <탐나는TV>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럼, 면접 일화를 얘기해보겠습니다. 면접 때 기억나는 질문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PD 수첩>과 <실화탐사대>의 차이는 무엇인가?
2. 최근 인상 깊게 본 MBC 프로그램은?
3.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첫 번째 질문을 들었을 때 속으로 환호했습니다. 예상 질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각 프로그램이 다루는 사건의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언급했고, 프로그램 진행자 숫자의 차이와 패널의 유무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답변은 배우 박해진 님이 출연한 <지금부터, 쇼타임!> 드라마를 말했으며, 인상 깊게 본 이유로는 왜 드라마의 작가님이 주인공의 직업을 ‘마술사’로 설정했을까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질문에는 사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만약 출연하게 된다면, 카메라에 잘 나오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오겠습니다!”라고 웃픈 포부(?)를 밝혔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듣게 되었는데 저의 면접 영상을 PD님들과 부장님 및 국장님까지 다 보셨고, 그분들은 저를 ‘다이어트 하겠다는 친구’로 기억하신다고...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이어트 안 하고 갔습니다. 하하;;
면접에 합격한 다음, 제가 <탐나는TV>에서 출연하게 된 코너는 ‘다콘추 와글와글’이라는 코너였습니다. ‘다콘추 와글와글’은 MZ 세대의 솔직, 담백 비평 리포트를 표방하는 코너로서 MBC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감상과 비평을 담은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이런 ‘다콘추 와글와글’의 첫 촬영을 앞둔 저는 제가 TV 화면에 나온다는 사실에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었습니다. 또한 촬영 전 대기했던 출연자 대기실도 방송에서만 보던 <쇼! 음악중심> 대기실이어서 마냥 신기했던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촬영장에 들어서는 순간, 저의 그런 설렘과 기대는 쏙 들어가게 됐습니다.
촬영장에 들어가자마자 여러 대의 카메라와 밝은색의 많은 조명 그리고 수십 명의 스태프분들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때부터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갑자기 하지 않던 긴장이 되기 시작했고, 엄청난 중압감도 느꼈습니다. 원래 쉽게 긴장하지 않는 타입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당시 어떻게 촬영이 흘러갔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긴장할 때마다 힘을 불어넣어주시는 스태프분들 덕분에 무사히 첫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방송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DBuTMj8bUx4
어느덧 시간이 흘러 몇 번의 촬영을 더 하게 됐습니다. 이 몇 번의 촬영 동안 저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고, 계속해서 긴장의 연속인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와중에 가장 최근에 한 촬영은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부상 투혼(?)이었기 때문입니다. 촬영 5일 전, 할 일이 많아 계속 밤을 지새운 저는 갑자기 턱 옆쪽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할 일을 하면서 계속 일상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맥도날드에 가 햄버거를 먹으려고 입을 벌린 순간! 갑자기 아팠던 턱 쪽에서 ‘뚜두둑’ 소리가 났습니다.
이후에 놀라서 병원을 갔는데 저는 턱 근육이 미세하게 파열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쩐지 제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아픔이긴 했습니다. 그리고 근육이 파열됐다는 말을 들은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바로, ‘촬영 어떡하지?’였습니다. 입을 벌릴 수도 없었고, 턱이 아프다 보니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만큼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만큼 촬영하는 것에 책임감을 많이 가졌던 것 같습니다. 촬영하면서 새로운 많은 것들을 배워 좋았던 것을 넘어 항상 촬영 때마다 힘을 주셨던 스태프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근육 이완 주사, 물리치료 등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받고 촬영을 강행했습니다. 물론 촬영 날 당일에 여전히 얼굴 표정이 원활하게 지어지지 않아 촬영 중간에 계속 턱 마사지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발음이 꼬여서 그날에 NG를 참 많이 냈었습니다. 앞으로 몇 번의 촬영을 더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때만큼의 고생하는 촬영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방송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HIamMyTOMfU&t=12s
살면서 제가 우연히 TV에 나올 일을 제외하면, ‘출연자로서 TV에 출연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글을 쓰는 지금도 듭니다. 그만큼 색다른 경험이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TV에 많은 분량이 나왔던 것도 아니고, 긴 시간을 촬영한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보는 젊은 독자들에게 꼭 ‘M씽크’에 지원하여 ‘다콘추 와글와글’에 출연해보는 경험을 갖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TV 출연과 함께 M씽크의 다양한 활동은 개인적으로 저를 한 걸음 더 성장시킬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매주 금요일 낮 12시 25분에 방송하는 <탐나는 TV>(방송 시간은 편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탐나는 TV>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