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가 보여준 차별화된 감동
MBC 신규 오디션 프로그램 ‘블록버스터 : 천재들의 브릭 전쟁’(이하 ‘블록버스터’)가 베일을 벗었다. ‘블록버스터’는 레고 마니아들이 모여 브릭 조립 배틀을 펼치는 국내 최초 신개념 오디션으로, 미국 등 전 세계 15개국에서 사랑받은 글로벌 프로그램 ‘레고 마스터즈(LEGO Masters)’의 한국판이다.
‘블록버스터’ 1화에서는 대한민국을 놀라게 할 브릭 천재들의 화려한 이력이 공개되어 시청자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10팀 중 최연소 참가자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으로 아버지와 팀을 이뤄 참가했다. 아버지는 그룹 BTS와 협업, 그룹 블랙핑크 제니의 화보 촬영에 참여했던 유명 브릭 아티스트임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아들 또한 최근 브릭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였고, 이 부자지간은 10년 지기 브릭 파트너임을 알려 남다른 팀워크를 예고하였다. 또 다른 눈길을 끌었던 참가자는 강남의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한 참가자였다. 그는 브릭이 좋아서 상가 건물에 개인적인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해 프로그램 MC 노홍철을 놀라게 했다.
‘음악 오디션 홍수의 세상’에서, 더 이상 시청자들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2021년은 음악 오디션의 전성시대였지만, 이때 방영된 프로그램들 모두 이전에 흥행했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비해 시청률은 저조했고, 출연자들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선을 조금 돌려보면, 해외에는 다른 분야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정말 많다. 유리공예, 메이크업, 플로리스트, 베이킹, 패션 등을 포함해 많은 분야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있고, 호평도 많이 받았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나라도 ‘음악’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 때가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에 브릭 오디션인 ‘블록버스터’가 반가웠다. 그렇다면 ‘블록버스터’가 기존의 음악 오디션과는 다른, 어떤 차별화된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이것이 ‘블록버스터’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닐까 싶다. 소방관과 소방차, 연구원과 실험실, 다이버와 해양 잠수함, 로켓발사센터와 우주비행사 등 브릭으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즉, 브릭은 ‘무한 상상력의 세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일까. 브릭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린이날의 베스트셀러였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나는 이번에 브릭에 대해 알아보면서 축구장 브릭이 있는 것에 놀랐고, 그 퀄리티에 한 번 더 놀라게 됐다. 또한 이번 어린이날에 개장한 춘천 레고랜드의 모습도 살펴보았는데, 여러 가지 동물들과 사물부터 우리나라 랜드마크까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브릭’으로 실제같이 표현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치열한 예선을 뚫고 ‘블록버스터’ 방송에 합류한 10팀의 천재들에게 주어진 첫 미션은 바로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드림랜드’였다. 아이들에게는 꿈의 공간이자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자극하는 놀이공원을 제한 시간 15시간 안에 브릭으로 구현해야 하는 미션이었던 것이다. 브릭 천재들은 제한 시간 내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구상에 시간을 너무 허비하거나, 계획과 달리 구동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등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결국 각자의 스토리를 담은 완성된 놀이동산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10팀의 천재들이 피땀 흘려 완성한 작품들은 5월 31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전시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기존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면 노래가 노래로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음식에 숙성이 있듯 성숙된 누군가의 시간은 그 사람의 노래에 어떤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은 노래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두려움 없이 기꺼이 내던지고, 나는 노래를 통해 그들의 삶과 생각을 엿본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블록버스터’에 출연할 사람들이 만든 작품에도 그들의 인생과 생각이 담길 것이기 때문이다.
1화부터 참가자들은 자신이 브릭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브릭에 얼마나 큰 열정을 가졌는지 보여줬다. 이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곧 있을 아들의 돌잔치를 취소했다는 참가자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또한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녹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그들이 그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면에 무수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므로.
앞으로 더 많은 회차에서 ‘레고(브릭)’로 ‘에고’를 표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은 쏠쏠한 재미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블록버스터(Blockbuster)'란 단어는 원래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쓰이던 폭탄의 이름이라고 한다. 당시 영국 공군은 4~5톤짜리 폭탄을 독일 폭격에 썼는데, 이 폭탄은 한 구역(block)을 송두리째 날려버릴(bust) 위력을 지녔다고 해서 이 폭탄의 이름을 블록버스터라고 명명한 것이다. 앞으로 일요일 오후 05:00, MBC에서 방영하는 ‘블록버스터’가 방송가라는 ‘블록’에 ‘버스터’해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