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유튜브 세계에서 표류하던 어느 날, 충격적인 영상을 발견했다. MBC 채널인 ‘엠뚜루마뚜루’에서 ‘TVING’의 프로그램인 <유미의 세포들 시즌2>를 소개하고 있던 것.
놀라움도 잠시, 얼른 영상을 클릭했다.
영상은 <출발! 비디오 여행> 프로그램의 ‘모로가도 코미디’ 코너였다. ‘모로가도 코미디’는 다양한 작품의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전문 성우님의 목소리와 함께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코너였다. 그렇게 흥미롭게 영상을 보는 것도 잠시, 나는 의아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무리 모로가도, 코미디면 된다지만! TVING 프로그램을 MBC에서..?
MBC, 이제 막 나가기로 한 거야?!
사실 <유미의 세포들>이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다른 채널의 OTT 프로그램을 다룬 첫 사례는 아니다. 이미 작년에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 <오징어게임>부터 ‘Apple TV+’의 <파친코>, ‘TVING’의 <술꾼도시여자들>까지, <출발! 비디오 여행>은 다양한 OTT 오리지널 프로그램들을 소개해왔다. 이런 현상은 2020년도부터 잦아졌는데, 코로나로 인해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을 생각해보면, 이런 <출발! 비디오 여행>의 사례는 놀라울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단순히 타 방송국 이름과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것조차 암묵적인 금기였기 때문이다. 방송국 간의 실시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던 상황 속에서 타 방송사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것은 자칫 홍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비지상파 채널의 부상과 OTT 플랫폼의 등장은 지상파 TV 시청률의 감소를 불러왔고, 더 이상 지상파 방송국끼리의 싸움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전에 존재했던 몇 가지 방송국 간의 암묵적인 금기들이 서서히 사라지게 됐는데, 이제는 타 방송국 이름과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것이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오히려 최근에는 언급하는 것을 넘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방송국끼리의 ‘콜라보’를 하는 모습도 보여줘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MBC와 KBS가 하나가 되어 방송을 진행한다? 국가적인 행사가 아니라면 그런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이걸 <놀면 뭐하니?>와 ‘유재석’이 해냈다. 트로트 신인 가수 ‘유산슬’이 KBS <아침마당>에 출연한 것이다. 심지어 방송이 녹화가 아닌 생방송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움을 준다. 당시 유산슬은 신인답지 않게(?) 화려한 무대 매너로 방송을 성공리에 끝내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이런 놀라운 콜라보의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MBN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 중인 ‘이승윤’이 MBC의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와 두 프로그램의 제작팀이 같이 섬으로 들어가는 놀라운 콜라보를 선보인 적도 있었다. 또한 앞서 말한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는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채널인 <피식대학>과 콜라보하여 ‘김경식의 영화 대 영화’ 코너를 같이 진행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현재 방송국의 콜라보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놀면 뭐하니?>와 <런닝맨>이다.
<놀면 뭐하니?>가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WSG워너비’ 특집을 하기 전에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놀면 뭐하니?>와 <런닝맨>의 ‘콜라보 가능성’이었다. 각 프로그램에서 서로에 대해 활발하게 언급하면서 두 프로그램이 곧 콜라보를 할 수 있음을 시청자들에게 예고한 것이다.
이런 서로에 대한 언급은 최근 <런닝맨> 멤버들의 코로나와 자가격리로 <놀면 뭐하니?> 팀의 촬영 스케줄이 연속으로 취소되자, <놀면 뭐하니?>가 <런닝맨>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맞짱(?)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맞짱 신청에 <런닝맨> 멤버들도 화끈하게 응수했고, 심지어 런닝맨의 메인 PD인 ‘보필PD’는 김종국 유튜브 채널에 나와 “처음으로 성인 남자에게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며, <놀면 뭐하니?>의 PD인 ‘창훈PD’를 도발하기도 했다. 이에 <놀면 뭐하니?> 130화 방송에서는 두 PD들 간의 통화가 이루어졌는데, 해당 방송에서 두 PD는 ‘연대 VS 고대’, ‘문과 VS 이과’, ‘띠동갑’ 등 예상치 못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면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크게 자아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활발한 언급으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과연 지금까지 성사되지 않았던 각 방송국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의 만남이 정말로 성사될 수 있을까?
시청자와 팬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과거 MBC와 KBS의 간판 예능이었던 <무한도전>과 <1박 2일>의 콜라보 이야기가 나왔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방송국 간의 어려운 분위기와 견해 차이로 인해 두 역사적인 프로그램의 만남은 불발되었다. 이는 아직까지도 많은 예능 팬들에게 진한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현재 10년이 지나 다시 방송국 간 간판 예능의 콜라보 이야기가 나왔다.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어쩌면 우리는 다시 1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방송국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놀면 뭐하니?>와 <런닝맨>의 만남으로 방송국 간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