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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울sky Aug 14. 2022

우영우는 오수재, 닥터로이어와 무엇이 달랐나

(feat. 드라마 왕국 MBC)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연일 화제다. 첫방에서 0.9%라는 성적에서 출발했지만 지난 7월 27일 방영된 9화에서 15.8%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넷플릭스 비영어 TV 시리즈 전 세계 순위 1위를 2주 연속으로 기록했다. 이는 신생 채널인 점을 감안하면 지상파에서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같다는 분석과 함께 CNN은 "우영우가 넷플릭스에서 또 한 번 한국 드라마 돌풍을 일으켰다"며 "제2의 '오징어게임'이 될 수도 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사진=왼쪽부터 SBS ‘왜 오수재인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MBC ‘닥터로이어’


주목할 점은 같은 시기에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왜 오수재인가>, <닥터로이어>의 주인공 직업이 모두 변호사로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오수재인가>는 평균 8.2%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닥터로이어>는 평균 6.1%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우영우’에 비해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들과 어떤 차별화와 매력을 보여줬길래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


# 같은 전문직이지만, 달라요


<왜 오수재인가>와 <닥터로이어>는 기본적으로 복수물이다. 두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과거에 끔찍한 일을 당했고, 이후에 드라마는 주인공이 ‘거대 악’과 맞서는 것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래서 드라마의 초반부에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징이 부각되지만, 중반부터는 주인공의 직업이 중요해지지 않는다. 오로지 복수라는 목적을 위해서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인공은 법을 수호해야 하는 변호사지만, 사건과 갈등이 폭력으로 해결되는 모습도 나온다. 그리고 이를 넘어 드라마의 방향이 결국 주인공이 고생 끝에 복수에 성공하는 ‘사이다’만을 향해 나아가다 보니, 드라마의 후반부에는 급전개와 함께 드라마의 실재감과 스토리의 치밀함이 떨어지게 되는 문제가 드러났다.


사진=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왼쪽)’, MBC 금토드라마 ‘닥터로이어(오른쪽)’


그러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달랐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굉장히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영우’는 각 회차마다 새로운 에피소드(사건)로 진행되는데 이 사건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변호사들의 자문도 구한 만큼 법리적 구성의 치밀함이 보인다. 또한 실제 변호사의 일상과 업무 과정, 변호사 생활 중 마주할 수 있는 기쁨과 좌절 등도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유튜브에서 ‘현직 변호사들이 하는 우영우 리뷰’라는 제목의 영상들을 봤을 때, 지금까지 나온 변호사물 중에 가장 현실 고증이 뛰어난 드라마라고 칭찬이 자자한 만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현실 고증에 굉장히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 성공보단 성장, 복수보단 힐링


드라마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원래 우리나라 드라마는 ‘성공 스토리’가 굉장한 강점이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거대 기업의 대표가 되거나 권력의 정점이 되는 등의 스토리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콘텐츠에서 성공 스토리는 이미 많이 쓰인 소재기도 하고, 이제는 부나 지위의 성공이 ‘진정한 성공’을 의미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게 됐다. 성공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단어가 바로 ‘성장’이다. 개인의 잣대에 따라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은 우리가 모두 바라는 일이다. 따라서 성공은 모두가 공감할 수 없지만성장은 모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또한 성장 스토리는 드라마의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성장할 계기를 만들어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 영화나 드라마가 자폐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울 때 자폐 주인공의 천재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영우가 한 명의 사회 일원으로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사진=‘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2022년 상반기, 화제가 됐던 드라마에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 등이 있다. 이들 드라마의 특징은 바로 힐링물, 즉 ‘착한 드라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힐링 드라마에 열광하기 시작한 걸까. 

팍팍한 현실 속에서 ‘상류 사회의 암투’, ‘복수’ 같은 감정을 소비하는 것보다 편안한 힐링을 찾게 됐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유행했던 드라마 속 주인공은 ‘캔디형’ 주인공이 대부분이었다. 어려운 삶을 살던 주인공이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성공하고 행복해지는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힘듦의 원인이 경제적인 부분을 넘어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친 것으로 확장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안식처는 집에서 보는 TV나 출퇴근이나 등하교를 하면서 보는 5인치 속 화면이 되었다.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현생도 힘든데 드라마에서까지 고통을 받아야 해?”라며 색다른 드라마를 찾게 된 것이다.


유행하는 콘텐츠는 그 시대의 삶을 비추는 거울


드라마나 영화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고 한다. 시청자들은 독립적인 공간에서 개별적으로 시청하지만, 수용과 반응은 사회적이고 집단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시청자들이 특정 드라마를 선호한다는 것은 그 드라마가 당대의 지배적인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앞서 말한 ‘성장’과 ‘힐링’ 외에 콘텐츠 세계에서 떠오르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다양성’이다.


사진= 왼쪽부터 영화 ‘조커(2019)', 영화 '미나리(2020)', 예능 ‘메리퀴어(2022)'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에서 '빌런'은 단지 히어로의 대척점에 서서 히어로의 무결함을 강조하고,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거나 패배하는 인물이었다. 즉, 빌런은 철저히 도구적 인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빌런이 단독으로 나온 영화 <조커>(2019)의 최종 성적표가 순수익 4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영화 관계자들은 이제 사람들이 히어로뿐만 아니라 ‘악당의 사연’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넘어 그동안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조연의 자리였던 여성 히어로들의 단독 영화가 나오고, 한국인 1세대 이민자들의 이야기인 <미나리>, 성소수자 예능 등이 주목받으면서 ‘다양성 존중’이라는 범지구적으로 확산되는 키워드가 콘텐츠 세계에도 그대로 나타났음이 확인되었다. 이렇듯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다양성 존중 아래, 그동안 콘텐츠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장애인의 서사를 다루면서 주목받았다. 




이런 다양성을 다른 말로 바꾸면, ‘새로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성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통해 우리는 잘 알지 못했던 세계의 이야기를 듣고, 들여다보면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 MBC는 이런 다양성에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드라마(‘베토벤 바이러스’, ‘파스타’, ‘커피프린스 1호점’ 등)들을 많이 선보여 드라마 왕국이라고 불렸었다.


사진=‘베토벤 바이러스’, MBC


<베토벤 바이러스>는 당시 새로웠던 ‘오케스트라’ 소재를 활용하여, 불협화음이 가득했던 강마에와 단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변화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파스타>는 '레스토랑과 요리사' 소재를 활용하여 당시 고정관념 중 하나였던 일과 사랑을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여성이 성공과 사랑을 동시에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두 작품 모두 스케일이 크진 않았지만, 새로운 소재와 함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성장 그리고 인간관계에서의 갈등과 같은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잘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현재 MBC 드라마의 흐름을 살펴보면, 스케일이 큰 소재를 다루는 장르물과 섬세한 감정선보다는 ‘시원한 사이다’에 치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물론 지금 방영하는 <빅마우스>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최근 몇 년 MBC 드라마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처럼 너무 거시적으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MBC가 과거와 같은 ‘새로움’을 선보여, 대중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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