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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울sky Sep 21. 2022

이종석, 그가 '빅마우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뿌잉뿌잉’ 애교로 누나들의 마음을 녹이던 소년이,

10년이 지나 “우리 아기 가질까?”를 말하는 남자가 되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이종석, 올해 데뷔 13년 차가 된 배우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속 빨간 머리를 한 채 강렬하게 등장한 그를 기억하는가. 그는 이 드라마에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 단숨에 여러 작품의 주인공 자리에 안착하며 시청률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학교 2013>,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W> 등 그의 필모그래피 일부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큰 화제성 있는 작품들을 연기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이렇듯 지금 그를 배우로서 수식하는 말은 바로, ‘흥행 보증수표’다.


사진=왼쪽부터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빅마우스>. MBC


이런 이종석이 소집해제 후 4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빅마우스>를 선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의 귀추가 주목됐다. ‘흥행 보증수표’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이기에, 그가 선택한 작품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이다. 그런 기대에 화답하듯, <빅마우스>는 8화에서 최고시청률 13.3%를 기록했고, 동시간대 드라마 1위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렇다면 이런 <빅마우스>의 흥행 속에서 그는 왜 복귀작으로 <빅마우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분기점


“그간 해보지 않은 결의 역할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 <빅마우스> 인터뷰 中     


먼저 그의 최근 필모그래피를 돌아보자. 이종석은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경단녀 ‘강단이’를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댕댕미 뿜뿜하는 연하남의 정석을 보여줬다. 그리고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는 로맨스의 대가 박혜련 작가와 만나, 배수지 배우와 케미를 이뤄 로맨스 장인의 면모를 보여줬다. 또, <W>에서는 어떠했는가. <W>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본 것을 구현한 드라마였다. 바로, ‘2D 속 이상형’이 현실로 나타나는 일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 이종석은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으로 나와 당시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즉, 최근 그가 했던 작품들의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주로 소년과 남자의 이미지를 오가며 옳고 반듯한 캐릭터들을 맡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종석은 이번 복귀작으로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여기에 자신이 지난 해왔던 강점들도 같이 보여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을 것.

그런 역할이 바로, <빅마우스>의 ‘박창호’였다.


사진=드라마 ‘빅마우스’, MBC


<빅마우스>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 ‘박창호’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종석은 이 작품에서 선과 악을 오가는 모습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비운의 운동선수였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짠내 나는 변호사, 지고지순한 순정파 남편, 암흑세계의 제왕 ‘빅마우스’까지 매회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다양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것이다.

여기에 전에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오충환 PD의 존재는 이종석이 <빅마우스>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였다. 이종석은 인터뷰에서 오충환 PD에 대해 친한 형이자 존경하는 연출가라며, 촬영할 때 많이 의지하고 물어가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오충환 PD는 ‘박창호’ 캐릭터에 대해 “때론 만만해 보이기도 하고, 때론 사악해 보이기도 하고, 때론 광기에 가깝다”라고 전했다.


박창호 캐릭터의 매력 : ‘과 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벽화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 먼저 예수님의 얼굴을 그렸는데 그때는 밀라노에서 가장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찾아내어 그를 모델로 삼았고, 몇 년 뒤 유다의 얼굴을 그릴 때는 밀라노에서 가장 잔인한 흉악범인 사형수를 찾아내어 그 얼굴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벽화를 완성하는 데는 3~4년이 걸렸는데 마지막으로 유다의 얼굴이 완성되고, 유다의 모델이었던 흉악범은 사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다음과 같이 큰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몇 년 전당신이 그린 예수의 모델이 바로 나였습니다.”


사진=드라마 ‘빅마우스’, MBC


저렇게 순박하게 ‘브이’를 했던 그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사악하게 웃는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그가 최악의 교도소에 수감되어, 살아남기 위해 ‘빅마우스’가 되기까지는 위의 사진들만으로 쉽게 표현된다. 얼떨결에 암흑세계의 제왕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쓴 박창호 캐릭터의 첫인상은 평범하고 안쓰러움이 더 큰 인물이었다. 하루아침에 천재사기꾼이 되어 감옥에 가서 겪지 않아도 되는 고초를 당하는 그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 시청자들은 그런 박창호의 서사에 몰입하게 되어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점점 ‘빅마우스’에 동화되어 가고, ‘악’은 ‘악’으로 되갚음을 하려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박창호’라는 캐릭터에게 어느 순간 섬뜩함을 느끼게 됐다.


‘선’과 ‘악’의 경계에는 혼돈이 존재한다고 한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정의로운 검사 ‘하비 덴트’가 혼돈인 ‘조커’를 만나, 선에서 악으로 바뀌어가듯이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박창호도 변호사 시절 떠벌이 ‘빅마우스(Big Mouse)’와 천재사기꾼 ‘빅마우스’라는 동일한 수식어 사이 미묘한 간극과 그에게 ‘악’이 될 것을 종용하는 혼돈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된다. 과연 최종적으로 ‘박창호’는 ‘선’의 모습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혼돈에 뒤 싸인 ‘악’으로 변모해 갈 것인가.


드라마의 매력 내가 퀴즈를 내볼게단 정답은 쉽게 안 알려줄 거야


시청자들은 <빅마우스> 방송 후,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을 벌였다. 도대체 누가 빅마우스인가?”라는 주제로 말이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빅마우스에 대한 단서를 제공받은 시청자들은 자신이 누명을 쓴 박창호가 된 것처럼 촉각을 곤두세우며 ‘빅마우스’를 추적하게 됐다. 이렇게 시청자와 제작진은 ‘빅마우스 맞추기’ 퀴즈 게임을 하듯 ‘밀당’을 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7년 전 드라마를 떠올리게 했다. 바로, <응답하라 1988>이다.

<빅마우스>는 <응답하라 1988>의 ‘남편 찾기’처럼 드라마 자체를 ‘빅마우스 찾기’라는 일종의 퍼즐 게임 같은 구조로 만들었다. 드라마는 매회 ‘빅마우스’가 누구인지에 대한 단서를 하나둘씩 제공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빅마우스’를 추측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런 구조는 드라마의 진행 자체가 철저하게 시청자의 반응과 참여를 끌어내고, 궁금증을 증폭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한다.


사진=드라마 ‘빅마우스’, MBC


여기에 얽히고 뒤집히는 ‘빅마우스 vs 이종석과 그의 지인들 vs NR포럼’의 삼자구도의 대결은 시청자들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서로 쫓고 쫓는 대결을 그리며,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높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개는 자칫 스토리가 부실하면 시청자들을 금방 이탈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빅마우스>는 삼각구도는 연애만 흥미진진한 것이 아니야!”라고 외치는 듯 적절한 개연성과 스토리의 치밀함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떠날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처음에 철저하게 약자의 입장에서 시작해 ‘을의 을분’을 토해내며, 거대한 음모를 꾸미는 ‘갑들’에게 가끔 시원한 한방을 먹이는 박창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안겨줘 시청자들은 더욱 드라마에 몰입하게 됐다.




<빅마우스>는 현대판 <몬테크리스토 백작>(1845년)이라고 할 수 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줄거리

「왕정복고 시대, 장차 선장이 될 예정에 있는 젊은 선원 에드몽 단테스는 사랑하는 약혼녀 메르세데스와의 결혼을 목전에 두고 악당들의 음모로 억울한 죄를 뒤집어쓴 채 마르세유 앞바다의 외로운 섬 이프섬의 감옥에 투옥된다. 그리하여 14년이란 오랜 세월, 죄없는 죄인생활을 하며 옥 안에서 친해진 늙은 죄수 파리아로부터 여러가지 지식을 얻게 되고 마지막에는 그 죄수로부터 이탈리아 앞바다의 몬테크리스토섬에 숨겨진 엄청난 재물에 관한 비밀을 유언으로 듣게 된다. 이후 단테스는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탈출, 몬테크리스토 섬의 보물을 손에 넣은 뒤에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 이름으로 파리 사교계에 나타난다. 이제는 제각기 출세한 옛날의 원수들에게 물샐틈없는 계획하에 준열하고 통쾌한 복수를 시작한다.」


사진=드라마 ‘빅마우스’, MBC


드라마나 영화에서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한 샷에 단독으로 잡히는 인물이나 물체는 추후 중요한 역할이나 단서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빅마우스> 드라마 7화에서 나온 이 장면을 일종의 ‘오마주’로 봤고, 이를 통해 ‘빅마우스’ 정체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유추하게 됐다. 

아직 드라마를 안 봤다면, 해당 소설을 통해 빅마우스 정체를 추측해보는 것도 나름 큰 재미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드라마 <빅마우스>와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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