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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May 21. 2023

남편이 내게 처음 불러준 노래~

내 남편 탐구 생활 52화

남편의 노래 부르는 목소리는 참 독특하다.

처음 만나 노래방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신해철의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라는 곡을 신청했을 때 처음으로 제대로 부르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목소리 색깔이 너무 좋아서 교회 성가대에서 봉사해보면 어떻겠냐고 추천할 정도였다.


우린 서로가 첫눈에 반해 처음 만난지 3일 뒤 다시 보게 될 때까지, 서로에 대한 생각으로 둘다 밤잠을 설쳤었다.


앞에서 얘기한 바 있듯 난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혈압이 올라가 심장이 뛰는 증상이 있다. 헌데 술을 마시지도 않은 3일 동안 난 남편이 떠올라 3일 내내 혈압이 올라간 증상처럼 심장이 계속 뛰어대서 미치는 줄 알았다.


그렇게 3일 뒤인 4월 24일 두 번째 만남을 가졌고... 긴 머리를 산뜻하게 자른 남편을 보고서 난 심장이 더 뛰어댔다!! 종각역의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직 남편만 보였다.


그렇게 피맛골에서 우린 술을 한 잔 하게 됐는데... 당시 난 프랑스로 유학을 가려 했기에 남편에게 장난처럼 좋아한다는 말을 했다. 뒤에 '우리 부모님도 좋아하고 친구들도 좋아하고...' 란 말을 하려 했더니...


남편이 내게 웃으며 "나도 널 좋아해!!"하는 것이 아닌가!!


'엥? 모야~ 난 진심인데 이 사람은 장난인 건가?'


계획에 없었지만 장난기를 거두고 정색하며 "진짜 좋아한다고!!"라고 했더니 남편은 "나도 너 정말로 좋아해!!"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가!!!


벙쪘다. 이렇게 멋진 사람이 날 좋아한다고??


한참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차리니 눈물이 나오려고 하면서 웃음도 나왔다.

미소 지으며 날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남편의 눈길... 둔한 나로서도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우린 얘기를 오래 하게 되었는데... 시계를 보니 지하철과 버스가 끊길 시간이었다. 난 왠지 남편을 부모님께 안 좋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말을 했다. "지하철과 버스가 끊겼을 수 있지만 해보지도 않는 것과 실행을 하는 것은 다르다고, 일단 가보자고..." 집으로 서둘러 들어가려 버스 정류장으로 가봤는데 역시나 버스는 이미 끝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린 남편이 서울에 올라와 거취하고 있는 이모님의 집인 신림으로 향하게 되었다.(그러고 보니 그 때가 첫 외박이었구나~)


택시 안에서 남편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내내 남편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당시 남편은 내 머리향에 아찔했다고 한다 ^^


남편은 내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하고 이모님 집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 시간 동안 난 어느 병원에서 거울을 보며 '이게 꿈이냐 생시냐...'하면서 얼떨떨해 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남편과 난 근처에 있는 술집으로 향했고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때는 몰랐던, 남편이 싫어하는 나쵸 안주와 함께~ ㅋ~


영업이 끝났다는 얘기를 듣고 우린 건물 계단으로 내려갔는데...


내가 남편에게 청을 했다.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를 불러줄 수 있겠냐고... 남편은 흔쾌히 그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줬다. 난 눈을 감고 음미를 했고... 눈물이 나왔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다른 술집으로 옮겨서 더 얘기를 나누다 남편은 피곤했는지 엎드려 잠을 자게 됐는데... 새벽이라 그런지 추워서 남편이 오돌오돌 떨기 시작했다. 난 내 자켓을 벗어 남편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보통 이런 건 남자가 하는 거 아닌가? ㅋㅋ~ 아무렴 어떠냐~


아침에 남편은 날 연신내에 있는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헤어져 들어가는 그 길이 마냥 아쉽기만 했고 또 꿈만 같았다.


2002년 4월 24일부터 25일에 걸친 이야기다~ 아직도 그때의 우리 만남을 생각하면 설레인다...


꿀물~ 우리 그 마음 잊지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보아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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