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후편(5화)
* 우리 부부의 결혼 후 첫 명절 치르기
결혼 후 시댁에서 첫 명절을 치르는 일은 여자들로서는 시댁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첫 무대가 될 것이다.
물론 음식도 잘하고 사람도 좋아하고 성격도 붙임성이 있게 싹싹한 여자들이라면 보다 더 쉬울 법한 이야기겠지만 대게의 여자들로서는 결혼 후 첫 명절 치르기가 무척이나 어렵고 고된 일이 될 수가 있다.
한복을 입고 찾아뵈어야 하는지, 선물과 용돈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같이 음식을 준비할 때 어떻게 도와드려야 하는지, 제사를 지낸다면 제사상 차리는 법을 알고 가야 하는지, 자신이 잘 모르는 많은 친척들과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만약 긴장해서 실수라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댁에서 잠을 자고 와야 하는지 등 머릿속이 온통 복잡할 것이다.
이렇게 걱정하는 여자들에게 남자들이 흔히 착각할 수 있는 것이 “다들 좋으신 분들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잘 될 것이다.”라고 쉽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해 주고 마는 경우가 있는데 이래서는 여자들에게 아무런 위로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가 지금 처가댁에 가서 결혼식 후 처음 뵙는 많은 처가댁 어르신들 및 조카들과 명절을 치르고 하룻밤을 자고 와야 한다면 걱정하지 말라는 와이프의 말에 마냥 안심이 되겠는가?
차라리 서로의 친인척 구성원에 대해 미리 숙지를 하고 집집마다 서로 다른 명절풍습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면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조금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결혼식을 1년 앞두고 추석 때 와의프의 외할머니 댁에 가서 외가댁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처음 인사를 드리고 온 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왔는지도 모르게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사전에 와이프를 통해 친척 구성원들을 미리 파악해 둔 것이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음식준비는 끝나 있었고, 도착해서는 처가댁 어르신들과 사촌들하고도 인사를 나눴다.
곧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식사자리에서도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과 음식준비를 위해 고생하셨을 분들에게 음식이 다 맛있다며 칭찬을 해 드린 것 외에 특별히 한 일은 없었다.
식사와 함께 술도 같이 마시며 그저 처음 맞이하는 새로운 식구인 나를 환대해 주셨고 덕담과 함께 나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질문들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을 드렸던 것이 내가 했던 전부였다.
내 스타일이 말수가 많은 편도 아니고 어르신들에게 넉살이 좋은 편도 아닌 그저 묵묵하고 진지한 편이었으나 그분들께서는 이러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셨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한두 번 뵙고 말 분들도 아닌데 첫 자리에서 이쁨을 받기 위해 굳이 나 자신을 속이고 꾸미면서까지 고생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와이프의 경우에는 고맙게도 결혼을 하고 나서 첫 명절인 추석을 지내기 위해 나를 처가댁에 이틀간 맡겨 두고 이틀 전에 당시 경상남도 진주에 계셨던 부모님 댁에 홀로 내려가서 음식준비를 도와 드렸다.
이는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고 스스로 생각해서 내 부모님이 음식준비로 힘드실까봐 용기를 내어 한 행동이었는데 나의 부모님들께서 이런 며느리를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를 보면 이쁨을 받는 것은 다 자기할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이제 새 식구가 되어 처음 같이 하는 자리이니만큼 부담스럽더라도 긴장하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잘 헤쳐 나가면 된다. 설령 작은 실수를 하게 됐더라도 지나고 보면 다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될 뿐이니 너무 크게 상심하지는 않길 바란다.
용돈의 경우 잘 보이기 위해 무리를 하는 것보다 형편껏 맞는 액수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첫 명절에는 이만큼이나 줬는데 해가 바뀌니 요만큼밖에 드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서운한 감정과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 차라리 매년 명절마다 변치 않고 용돈을 드릴 수 있는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 되겠는지를 와이프와 함께 상의해 보도록 하자.
또한 나만 집에서 귀한 자식이 아니니 양가 부모님 댁에 드리는 선물과 용돈의 액수는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남자가 결혼 전 자신의 부모님들께 명절 용돈을 항상 과도하게 드리고 있었고 이를 결혼 후에도 꼭 이어 나가야겠다고 고집하겠다면 집안 살림이 망가지든 말든 처가댁 부모님들께도 매번 똑같은 액수를 드리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집안 살림이 힘들어지지 않도록 그만큼 돈을 더 벌어오면 그만이고 이도 못할 일이라 생각이 들면 그냥 포기를 하자.
결혼 전과 결혼 후는 분명히 다른 상황인 것이다. 결혼 전 그동안 나 혼자 내 마음대로 해 왔던 모든 일들을 결혼 후에도 똑같이 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없는 것들이 있음을 분명하게 인지하길 바란다.
대부분의 경우 집안 살림에 관해서는 여자들 말 들어서 손해 볼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혼 후 첫 명절을 치를 예정인 수많은 이들에게 모두 성공적인 첫 무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 명절 일주일 전 꽃 한 송이 선물
통계청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증가했으며, 이는 친척끼리 만나 서로 얼굴을 붉히고 싸우거나 제사 준비 등으로 인한 고부갈등, 부부싸움이 늘어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명절이면 여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음식 준비를 해야 하는 여자의 입장이라면 단순히 음식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힘들 테지만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는 일은 '+a'로 더 힘든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왕에 치를 일이라면 좀 더 좋은 기분으로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명절 전에 와이프에게 꽃이라도 한 송이 전해 주며 힘들까봐 안쓰러워서, 또는 힘들 텐데도 잘 챙겨줄 것에 대한 고마움의 마음을 미리 전해 준다면 와이프를 생각하고 있는 내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꽃을 좋아하는 여자라면 분명 효과가 좋을 것이다.
내가 명절 전 와이프에게 처음 꽃 선물을 해 줬을 때 와이프가 우리 집에 오신 장모님께 자랑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장모님께서 마냥 부럽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서 그 뒤에 장모님께도 꽃 선물을 해 드린 적이 있었다.
가끔 장모님께도 꽃을 선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것이 설령 평소 꽃 선물을 안 하시는 장인어른을 힘들게 하는 일이 될 지라도 도전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장모님께 꽃을 선물하기 전 필요하다면 미리 와이프에게 언질을 해 둬야 할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 오해나 질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꽃말을 확인하여 함께 전해 드린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프리지아를 선물했다면 “장모님, 프리지아 꽃말이 ‘당신의 앞날’이라서 장모님의 앞날을 위해 사왔습니다~”라고 해 보자.
내가 직접 해 본 일이 하나 더 있는데 나의 장인어른께서는 워낙 옛날 분이셔서 장모님께 꽃을 안 사 주시는 분이시지만 처가댁 부모님들의 금혼식 전에 미리 “꽃을 한 송이 모자라게 사 드릴 테니 나머지 한 송이는 장인어른께서 장모님을 위해 채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장인어른께서 직접 꽃을 한 송이 사서 장모님께 전해 주신 적이 있었는데 이런 방법으로 유도를 해 보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모님께 선물할 꽃을 내가 직접 건네지 않고 장인어른께 드려서 장모님께 대신 건네 드리게 하는 것도 일거양득할 수 있는 좋은 스킬이 될 수도 있겠다.
명절 전이든, 어느 때든 나는 보통의 남자들보다는 자주 와이프에게 꽃을 사주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번 꽃을 살 때 평균적으로 5,000원을 넘기지 않는 편이다(대개 2,000~3,000원짜리 장미꽃 한 송이를 사 주는 편이다).
나는 와이프에게 꽃을 사주는 돈 5,000원이 결코 아까운 지출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이 돈 5,000원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기에 훨씬 더 값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명절을 앞두고 있다면 오늘 퇴근 후, 또는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꽃집들이 있으니 당신의 마음을 와이프에게 전해 줄 꽃 한 송이 사서 건네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