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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이 경악을 했던 와이프들의 술배틀 경험담~

내 남편 탐구 생활 71화

난 여자치고 술이 센 편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무리 술이 취해도 계속 술이 들어가는 나를 보고 남편은 내게 밑 빠진 독이라는 말을 줄곧 한다.



하지만 난 우리 남편과는 다르게 술로 상대방을 이겨보려는 생각 따윈 해 본 적이 없다.



연애 초반에 남편이 다다닥의 친한 동생의 여자 친구와 술로 배틀이 붙었었는데, 그 여자가 사정이 있어 바로 뻗어버렸고 난 남자들이 없어야만 했던 자리에서 그 여자 친구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밤을 세운 적이 있었다.



그때 남편에게 말했다. "다시 이런 일 있으면 가만 있지 않겠어요!!!"라고...



그 후로는 남편도 술로 내기하는 일은 일절 없었다. 깨달은 바가 있었나 보다.



그런 나도 딱!! 한 번 술로 배틀이 붙어 본 적이 있다.



상대는 우리와 21년지기 또다른 다다닥의 동생 와이프...



그녀도 술을 곧잘 하는데, 동생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웬만큼 술을 잘 마시는 남편들이 먼저 잠든 뒤 둘이 같이 술을 더 마시다가 우연히 한 번 붙어보자는 말이 나온 것이다.



종목은 소주... 맥주를 주로 마시는 동생의 와이프지만 예전엔 소주로도 지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특히 지는 걸 싫어한다고...



나도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궁금하기도 해서 신청한 거였다. 그렇게 스타뚜~



그렇게 한 잔, 두 잔...



난 단기전보단 장기적인 스타일이다. 새벽이 깊어 갈수록 동생 와이프가 지쳐서 술에 취해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 나도 말짱한 정신은 아니었지만 아직도 충분히 더 마실 만한 상태였다.



그러다 아침이 밝아 왔고...



일어난 남편들이 거실에 나와 쌓여있는 술병을 보고 경악을 했다 ㅎㅎ~ ^^;;



와이프와 함께 술만 마신 건 아니었다. 서로 마음에 있었던 아픔들을 얘기하며 위로하다 보니 더욱 가깝게 느껴지게 되었다. 그 아픔이 서로가 비슷한 상처였기에...



몇 잔을 더 하다가 결국 동생의 와이프가 먼저 안방으로 가서 뻗었고, 우리 3명은 동생이 시킨 짬뽕으로 해장한 뒤, 내가 뒷정리를 다 하고서야 우리 집으로 향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와이프가 술에 취해 동생에게 "누구세요?" 했다고 한다. 다른 말들도 했다던데 동생은 그날 둘째 마누라를 봤다고 했다. ㅎㅎ~ ^^;;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말했다.



"허냐~ 내가 이겼어요~ ^0^V"



남편 왈 "그렇구나~ 우리 마누라가 또 이겼구나~"



그러고선 나도 조용히 뻗어버렸다. 나도 사람이니까...



그날을 계기로 그녀와 난 언니, 동생을 하기로 했다. 남편은 처음에 너무 걱정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와이프는 내게 깎듯이 존대하며 어쩔 땐 엄마보다도 살림살이들을 더 잘 챙겨주고 있다.



우리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조의금은 안 해도 되는 건데 무려 20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보내준 그녀다. 정말 이런 진국이 또 있을까 싶다!!!



말이 나온 김에 오늘은 와이프에게 연락 좀 해봐야겠다.



남편이 내게 자신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지금의 내 주위엔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원X야앙~ 항상 고마워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게 해준 울 서방님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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