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막걸리와 사랑에 빠진 날 구해준 남편

내 남편 탐구 생활 70화

(이미지들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본 내용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결혼하고 39살이 되던 해에 어찌어찌 사정이 생겨 살던 집을 전세주고 우리가 1년간 월세를 산 적이 있다.


그때 뭔 바람이 불었는지 난 막걸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 전까지 막걸리나 동동주는 어쩌다 가끔 마시게 되는 술이었는데, 당시엔 하루도 막걸리를 마시지 않음 견딜 수가 없었다.


막걸리는 쌀로 빚는 술이다. 그만큼 칼로리가 높은 데다 마시고 취하면 할애비도 못 알아볼 정도로 뒤가 아주 고약하다는 술이다.


아니나 다를까... 막걸리를 마시며 내 몸매는 망가져 가기 시작했다 ㅠㅠ


젊은 시절 36-21-38이었던 내 몸은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게 되었다.


게다가 인사불성까지... @.@


그래도 고마운 건, 남편이 내 건강이 염려되어 막걸리를 끊으라 했지, 몸매가 망가져 보기 싫다는 말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으이구... 내가 '남편 바라기'라면 남편은 '마누라 바라기'이다.


월세를 나와서 1년만에 살던 집으로 들어갔을 때에도 난 막걸리를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기어이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막걸리를 마시고 필름이 끊긴 채 자빠져서 입술이 찢어져 피투성이가 된 것이다.


남편은 내 상태가 너무나도 걱정이 되어, 주위에 살고 있는 친한 동생에게 자신이 갈 때까지 나를 좀 보살펴 달라 연락을 했고 그 동생이 집에까지 찾아 왔었다.


너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남편이 오고 그 동생이 간 후에, 난 근처 병원 응급실에서 입술을 봉합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막걸리를 끊게 된 것이...


사람들은 왜 꼭 큰일을 겪어야만 깨달음을 얻는 것인지... 나도 그렇고...


그 후로 내 몸매는 천천히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지금은 나잇살이 들어 허리 둘레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40대 후반의 나이에 미니 스커트나 핫팬츠를 입을 정도면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아... 여러분들~ 막걸리와 동동주는 조심하세요~


저처럼 큰 코 다치기 전에 정신 차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울 서방님~ 기다려줘서 고맙고, 나 살 쪘다고 뭐라 한 마디도 안 해줘서 고마워요!!!


내 다시는 곡주와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오버옵션으로 내 이상형인 남편(염장질 주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