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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Feb 05. 2024

토끼 같은 마누라, 순한 양 같은 마누라는 개뿔~

86화, '빡'돌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무서운 마누라의 정체를 공개!


토끼 같은, 순한 양 같은 마누라는 개뿔~

86화, '빡'돌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무서운 마누라의 정체를 까발려주마..



2002년, 마누라를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 그녀가 내게 말을 하였다.


자신은 '극과 극'이라고.. 중간이 없는 사람이라고..


나는 그 말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고.. 또한 이해하고 싶어하지도 않았으며, 내 눈에 비친 마누라의 모습은 마치 토끼와 같았으니 온통 토끼로 잘 키워볼 생각 뿐이었다.


당시에도 마누라는 내 물음에 여러번 같은 대답을 반복하며 미리 내게 복선을 깔아 두었다.



"넌 마치 토끼 같아~"


"토끼 아닌데~!! 나 고양인데~!!"



여기서부터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


'호랑이 꿈'이 태몽인 마누라를 인터넷에서 알게 되었고 처음 만난지 3일만에 사귀게 되었다..

처가댁에선 모두 아들이 태어날 줄 알았으나 딸이..


사귄지 몇달만에 좀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었으며.. 얼마 후 동거를 시작하면서 마누라는 점점 '(토끼) > 고양이 > 삵 > 시라소니 > 호랑이 > @#%!= 지옥계'다채로운 모습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마눌, 고맙...... (;´༎ຶٹ༎ຶ`)


마누라의 모습들 중 사실 처음부터 '토끼'는 없었다.. 그저 토끼라고 믿고 싶었던 어리석은 과거의 내가 있었을 뿐..


평소에 마누라의 모습은 '토끼'가 아닌 '고양이' 그 자체이나 한번 '빡'이란게 돌면 겉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순식간에 돌변한다.


'빡' 어느정도냐에 따라 삵으로 변신을 하느냐, 그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시라소니나 호랑이로 변신을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마치 '피츄 > 피카츄 > 라이츄'로 진화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전개이다.



연애 초반에 내가 살고 있던 자취방에서 같이 술을 마시다가 처음으로 심하게 다퉜을 때 마누라가 그 '빡'이란게 왔고 뒤집어지기 바로 직전!


홧김에 "그래, 어디 할테면 마음대로 해봐라!!" 했더니 맨 주먹으로 전신거울을.. 계단에서 구른 적도 있었고.. 후로도 나는 몇번이나 더 구급차를 탔어야만 했다.

이 두가지는 그나마 '애교 수준'이라 공개.. 죽을 고비 여럿 넘겼다..


......


으음.. 잊고 있던 마누라와의 버라이어티한 흑역사들이 하나하나.. 새록새록 떠오른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익명의 글로도 적지 못할 마누라와의 많은 일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지금은 서로 싸울 일이 없지만 혈기왕성 했던 시절에 우린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다소 필요했다. 아무리 훌륭한 악기도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면 조율이 필요하듯이..)



'용호상박'이라는 말이 있다.

*용호상박(龍虎相搏) : 강자끼리 서로 싸움


'용꿈' 태몽인 나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기가 참 센 편인데 마누라가 제대로 성질을 부리면 이건 뭐 나조차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


일단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


이성을 잃은 사람은 이성을 가진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 된다!!


어떤가.. 이만하면 우리 부부가 차카게, 알콩달콩 이쁘게 살아야만 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부부싸움을 제대로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사.. 사랑혀~~ 마눌~~^-^♡"

쫄리면 나 뒤져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가 센 남자 한명에게 '성질부리는 마누라 1회 무료 체험'을 시켜주고 난 뒤 후기와 평점을 받아보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여자 감당하며 데리고 살 자신 있는지? 나니까 데리고 살아주는 거다, 마눌!!



22년전 마누라가 내게 들려'극과 극'이라는 말의 뜻을 지금은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있다.. 아니,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이해를 당했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지금은 마누라가 스스로 '순한 양'이 되었다고 하지만 '순한 양'은 개뿔, 이건 '휴화산'이다!!

언제 터질지 모를..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처가댁 식구들 모두 나의 공로를 인정한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나를 조련사로 고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어제 마누라에게 "당신은 성미갖춘 여자" 라고 얘기를 해줬더니 "정말 그러냐~"면서 좋아한다.

*지성미(知性美) : 지적인 사고와 언행을 하는 사람에게서 풍기는 아름다움.


나는 마누라에게 (손바닥을 들여다 보이곤) "아직 좋아하긴 이르다~" 하며 뜻풀이를 해줬다.


"지.성.미! 랄맞은 품에! 아름다움은 갖췄다!"


"ㅋㅋㅋ~^-^;"

지금 웃음이 나오니?



오늘도 나는 마누라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1993년에 발매된 모노(MONO) 1집의 타이틀 곡인 '넌 언제나'를 내가 개사해서 불러주는 노래이다.



원한다면 없어질 수 있어~

차로 가는거야~

씅난건 너 혼자였으니~

날 다시 불러주면 돼~


내 잘못을 탓하는 것이라면~

돌아온 후에도 늦지 않아~

아직 차 안에 있는데~


내가 떠난 그 모습 그대로 넌 집에 있는거야~

더 이상 자네 승질 들을 감당하고 싶진 않아~

처음처럼 소주를 마셨어~ 다시 술 찾은거야~


이제야 술마시기 위해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꼈어~



'사랑만 해도 모자란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한다.


부부가 서로의 자존심만 내세워 다툴 일을 만들기 보다는 남자가 먼저 백기를 내세워 여자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 어떨까?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먼저 달래준 후에 자신도 '이러이러한 부분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라고 여자에게 말을 건네준다면?

'대인배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



"여보야, 내가 잘못했어~ ■■ 때문에 당신 마음 상하게 해서 내가 미안하고 다음부턴 내가 더 조심하리다~ 그만 화 풀어요~^^; 그리고 ●● 때문에 나도 좀 서운했어~^^;"



나는 남자가 여자에게 렇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싸움에서 내가 이긴다고 돈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p.s. 자, 성질부리는 마누라 무료 체험권은 1장뿐이니 당신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가 센 1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해 드립니다~




기의 발란스가 잘 맞는 우리 부부의 흔한 대화.jpg


뽀나스 트랙~

() 무자식 소식러 주당 부부의 구정 여행을 위한 한주 빠른 양가댁 방문 후 순대국에 술먹방~

지난 영상들처럼 이번에도 3천뷰 도전!!~^^;

많이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youtu.be/Gv3cYiSFPPs?si=cgUm3UrSZq3pIV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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