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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나의 비교로 시작한 하루는 어쩐지 불행이 덮쳐와서 그 이불을 벗어던지고 침대에서 나왔다.
햇살로 가득한 바깥이 두려운 나는 괜히 불 꺼둔 주방으로 걸어 들어가 전날 남긴 빵을 뜯어 먹었다. 온종일 내놓은 덕분에 딱딱하고 질기고 퍼석했다. 그럼에도 목구멍으로 악착같이 넘겼다.
남들이 잘 차려준 음식보다 전 날 먹다 남긴 음식이 지금 내 수준에 맞다는 생각을 반복하기도 했었다.
아픈 곳은 없지만 음식을 넘긴 몸의 변화마저 두려운 어느 날은 그저 어둠 삼킨 방바닥에 주저앉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바라보기만 했다. 커튼 다는 일이 영 귀찮아 밤중에도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데 어쩌면 잘한 일 같다고도 느꼈다. 저 빛마저도 없으면 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라는 생각의 물꼬가 항상 나를 따라오지만 외면하곤 한다. 그 물꼬를 트는 순간 아마도 생각이라는 방 안에 걷잡을 수 없이 물이 가득 차오를 것이며 그 물은 눈물이라는 경로를 통해 내 몸 밖으로 나간 것이 되겠지.
그 꼴을 진작에 봤더라면 이렇게까지 골아터진 생활을 하진 않았을거 라는 것도 이미 난 알고 있다. 감정은 건강하게 표출해 내야 하는 것이며 눈물을 흘리는 방법이 그중 하나인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멍하니 있던 내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누가 수도꼭지라도 튼 듯 소리를 내며 울었다. 뭐가 어쨌길래 의도치 않게 우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엉엉 울었다. 몸이 살기 위해 내뱉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래, 이참에 다 울어버리자 하며 10분을 내리 울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기마저 돌았다. 어쩌면 누구보다 행복하고 싶어서 그렇게 사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고 자신의 마음속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우울이라는 감정에 잠식되었던 게 내 지난날의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다.
화장실에 가서 세면대에서 코를 풀었다. 한동안 보지 않았던 거울 속 내 모습이 익숙한 듯 낯설었다. 빨갛게 띵띵 부운 얼굴이 보기 싫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내 얼굴이 마냥 싫지만은 않아서 한참을 보았다. 울고 나니 괜히 배고파졌다. 배달로 좋아하는 메뉴인 제육덮밥을 시켰다. 나는 죽은 음식만 먹어왔던 것일까, 이렇게 따뜻하고 맛있는데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떠올린 채로 덮밥을 정신없이 입에 넣었다. 입에 덕지덕지 묻히고서는 트림을 거하게 한 번 하고 나니 내가 평소와는 다르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쳤다. 왠지 모를 죄의식에 사로잡혀 살던 난 나도 이렇게 남들처럼 살아도 되는 걸까라고 느끼며 다시금 우울 속으로 기어들어가려던 찰나, 밑의 축축한 감각이 나를 다시 현실로 끌고 왔다. 아, 생리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