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Z와 X세대, 사무실에서 만나다

MZ와 X세대의 공존의 기술

by Jeraldine

[ MZ가 나타났다 ]

우리 사무실에 새로운 후임이 들어왔다. 99년생, 요즘 말로는 ‘MZ 중의 MZ’라고 할 수 있는 친구다. 아직 20대의 풋풋함을 간직한 청년이라는 얘기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첫 대면 전까지는.

보통 신규자는 첫 출근 전에 사무실에 한 번 들러 인사를 한다. 앞으로 함께 일할 사람들에게 얼굴을 비추고, 간단히라도 인수인계 내용을 정리하는 게 통상적인 흐름이다. 특히 내가 근무하는 곳처럼 후임이 들어오면 전임자는 바로 다른 지역으로 가는 구조라면 더더욱. 마지막 얼굴을 보는 건, 첫 만남이자 작별인사가 되는 셈이니까.

그런데 이 친구, 전형적인 매뉴얼을 깔끔히 무시했다.

"거주지가 멀어서요..."

그 한 마디를 이유로 사무실 방문은커녕, 첫 출근 날조차 나를 찾지 않았다.

‘이 친구는 그냥, 지금 시대의 방식대로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닐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형식을 따르는 게 익숙하지 않은 세대. 직장 내에서도 수평적인 문화를 선호하고, 납득이 되지 않는 관행에는 쉽게 휘둘리지 않는 태도. 어떤 면에서는 당당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어설퍼 보이는 그 모습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나도 처음엔 다들 그렇게 봤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인수인계는 받자, 친구야...


[ 인간 앵무새가 된 나날 ]

"인수인계받으러 제 사무실로 오세요."

짧은 통화 끝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타났다. 나의 후임, 우리의 희망, 99년생 MZ.

…그런데 희망은 무슨.

문 열고 들어오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풋풋한 20대 남성’인 줄 알았는데, 외모는 왠지 30대 초반의 피곤이 묻어나는 직장인처럼 보였고, 인사는 생략, 필기도구도 생략, 심지어 표정마저 생략한 채 나와 마주 앉았다.

"그쪽은 말 안 해도 알아서 하겠지"라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걸 보니, 내가 오히려 면접을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난 이미 이 전쟁의 전임자. 미리 정성껏 작성한 인수인계서를 꺼내고, 구석에 있는 의자까지 직접 끌어다 주고, 심지어 필기도구가 없어 내 종이를 찢어서 하나하나 적어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이 친구가 입을 연다.

"아아,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미시적으로 얘기하지 마시고, 거시적으로 얘기해 주세요."

네…? 거시요…?

그 순간, 내 뇌는 ‘거시와 미시의 차이’를 고민하기보다, 내 앞에 앉은 이 생명체의 정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꾹 참고 대략적으로 다시 설명해 줬다. 모르겠으면 물어보라고도 말했다. 그리고... 그날을 시작으로, 매일같이 출근하자마자 그 친구는 인수인계를 받으러 왔다.

문제는, 내가 매일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됐다는 거다. 오늘 알려주면, 내일 또 묻는다.

"어제 말해줬던 거요?"

"어제요? 언제요? “

”인수인계서 1번에 쓰여 있잖아요. “

”인수인계서에 씌어 있나요? “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인수인계 둘째 날의 사건이었다.

전날, 내가 정성껏 적어줬던 메모지를 가져왔길래 속으로 '오, 드디어 뭔가 배운 건가?’ 하고 기대했는데… 설명이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그 종이를 찢는다. 내 앞에서. 쫘아악—

그리고는 내 책상 위에 툭.

"찢은 종이는 가져가셔야죠" 하고 말하니,

"대신 버려줄래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지금… 쓰레기 수거 서비스도 하고 있었나?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말 그대로 버퍼링에 걸렸다. 뭔가 말을 꺼내려는데 목소리가 안 나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옆자리 직원이 한 마디 툭 던졌다.

"여기 쓰레기통 없으니까 직접 버리셔야 해요."

그 말을 듣고야 그 친구는 아쉬운 듯(?) 종잇조각을 들고나갔다.


그날 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은 나 자신을 스스로 칭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감정 노동을 해내는 내 인내력, 그것이야말로 선임의 진정한 스킬이 아닌가.

[ MZ와 나, 공존의 기술은 존재하는가 ]

3주간의 인수인계는 끝이 났다.

어쩌면, 끝난 줄 알았다. 더 이상 설명할 것도, 알려줄 것도, 반복할 인내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끝났어도, 일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인수인계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인사를 건네지도, 감사의 말을 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유령처럼 나타났다 유령처럼 사라졌고, 뒤에는 무수한 질문의 잔해와 내 깊은 한숨만이 남았다.

나도 안다. 요즘 MZ세대가 다 그렇지 않다는 거. 나도 괜히 그 아이에게 기성세대의 잣대를 들이대고 싶진 않았다. 자식뻘 되는 친구니까, 웬만한 건 그냥 넘겼다.

나무라지 않았다. 혼내지 않았다. 그냥 내가 조용히 감내했다.

하지만 결국, 일이 터졌다.

학교(우리가 업무공무 발송하면 작성해서 보내주는 곳)에서 아직도 전임자인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전임과 후임이 바뀐 걸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예의상 답변을 했지만, 이건 이제 후임의 업무였다.

그래서 전화를 신규에게 돌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전화가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받아보니, 수화기 너머 선생님의 목소리가 조금 상기돼 있었다.

“새로 온 후임자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는데요, 선임자인 00님은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주신 게 맞아요?”

순간, 머리가 띵 했다.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3주.

매일 1시간.

심지어 내 업무노트까지 찢어가며 적어주고, 내 입에 머리를 박아가며 설명을 들었던 그 시간들.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해줘야 ‘제대로 해준 것’이 되는 건가.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 뒤로도, 외부 선생님이 신규에게 전화를 하면, 그는 내게 들었던 설명과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그러고는 "그건 전임자분이 잘 모르시고 한 말이에요." 그렇게 대답했다며 같은 사무실 직원에게 듣고야 말았다.

… 정말 어이가 없었다.

후임이 매일같이 "그건 뭐예요?", "이건 어떻게 해요?", "왜 그런 거예요?"라고 묻던 그 업무들. 그가 A를 물어보면 B까지 설명해줘야 했던 그 내용들.

그 수십 개의 질문에 내가 대답했을 때 그는 아무런 메모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랬던 사람이, 이제 와서 외부인에게

“전임자가 잘 몰라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 라니.

이건 단순한 오해도 아니고, 실수도 아니다.

그건 명백히, 책임 회피였다.


신규 속마음 번역기;

"전임자가 잘 몰랐대요~" ->

"제가 이해 못 했어요 근데 그걸 인정하긴 싫어요"

"그건 그런 게 아니래요~" ->

"제가 헷갈렸어요 근데 그냥 제멋대로 해석했어요"

"인수인계 제대로 안 받았어요~" ->

"내가 안 들었어요… 근데 그건 말 안 할 거예요 “

나는 지금도 그 친구를 나무라지 않는다.

단지, 그에게 최소한의 예의와 책임감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오늘도, 학교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조심스럽게 받으며, 속으로 외친다.

“나는 인간 앵무새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