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깍이 대학원생 후기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줄곧 해외영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지금의 직장에서는 한국기업들의 해외수출 마케팅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연수가 쌓일 수록 끊임없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지고 있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으며 내가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일을 하면서 기쁨을 느끼고 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가? 이 회사에서 나는 발전가능성이 있을까?
해가 갈수록 나는 점점 고인 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지만 줄곧 영업과 마케팅 관련 일을 해왔다. 그래서 영업과 마케팅 쪽의 지식을 쌓고 싶고 공부를 하면서 자기 발전의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겁이났다. 프랑스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사실이 그것도 마흔 일곱살에....남편은 지지해 주었고 아이들도 응원했다. 하지만 나는 자신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지르고 말았다. 직장경력이 있는 회사원들을 위한 석사과정에 지원했고 지원동기서를 쓰고 몇 십년 만에 한국에 연락해서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받아서 대사관에 가서 공증을 받고 관료주의의 나라 프랑스 답게 학교 입학에도 요구하는게 많았다. 면접을 보고 얼마후 합격 통지를 받았다. 너무 기뻐 환호했지만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많았다. 첫 날 오리엔테이션 부터 달랐다. 강사는 커다란 전지를 나눠주고 큰 나무를 하나 그리고 자기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그 안에 채우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것을 옆사람과 이야기 하고 모든 사람이 벽에 붙이고 다른 사람의 나무를 보고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주 다양했다. 그리고 모두 아주 젊었다!. 나는 나와 비슷한 연령의 나이를 내심 찾고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성이 한 명 있었고 여성중에도 몇 명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조를 만들어 합심을 발휘해야 하는 게임도 하고 맨 마지막에는 나이 적은 사람부터 가장 많은 사람 순으로 원을 만들라고 해서 자연스레 주변사람의 나이를 물었다. 우리 과의 정원은 총 31명 이었는데 나는 3번째로 나이 많은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으므로 수업은 월요일 저녁에 3시간, 2주마다 한 번씩 토요일에 7시간 수업을 했고 약 2년동안 지속되었다. 수업 시작하자마자 쏟아지는 조별 과제와 개인과제가 있었고 나는 이 전공을 학부에서 하지 않았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것 하나는 학생들이 전부 너무 발표를 잘하고 하고 싶은 말은 시원시원하게 잘 한다는 것이었다. 교수에게 질문도 잘하고 반박도 잘했고 자기 주장을 잘 했다. 주입식 교육에만 익숙하고 또 성격도 소심한 나는 말 한 마디 하기가 두려웠고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하면 실수할까봐 가슴이 두근거렸다.
또 하나는 조별 과제의 어려움이 있었다. 말을 잘 하는 반면 또 말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각자의 임무를 분배하고 기한까지 하고 개별 모임도 수없이 많이 했고 비디오콜은 신물이 나도록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참 다양했다. 이래서 못 나오고 저래서 못 나오고 이유도 참 다양했고 무엇보다 참 당당했다. 그런데 막상 발표하는 날이 되면 어찌 그리 달변가들이 되는지 참 신기했다. 그리고 기한 내에 자신이 할 분량을 다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학교다닐 때만 해도 조별과제가 거의 없었으므로 나는 이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져야 했다.
나이 들어 공부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2배 이상 노력해야 한다는 것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한 번 들은 것을 기억하려면 몇 번이고 되뇌어 봐야 했고 정말 예전같지 않았다.
2년동안 나는 많이 힘들어했고 많은 에너지를 학업에 쏟아부었다. 논문을 쓰는 과정도 힘들었으나 결국 해냈다. 졸업식에서 유서깊은 학교의 대강당에서 졸업식을 할 때는 감격스러웠다. 남편과 아이들이 와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이번 과정에서 내가 배운것은 물론 지식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다른 정서적인 것들도 많다.
우선 쫄지말자^^ 남의 나라 말이라고 해서 내가 움츠러 들 필요는 없다. 내가 동등하게 평가받으려면 나 스스로 당당해져야 한다. 그리고 수업으로 만난 강사들과 교수들은 정말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는 그들에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영감을 받았다. 나이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이 공부를 하면서 나보다 10살, 20살 어린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고 그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언어를 공유하면서 나는 왠지 젊어진 것 같아 뿌듯했다.
석사학위를 받고 벌써 2년이 흘렀다. 새로운 일을 도모해 보고싶었으나 아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나의 배움의 순간, 힘든 순간들, 그것을 극복하고 목표한 바를 얻었던 것은 무엇으로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