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은 무적이 아닙니다. 이야기

사회와 우리에 대한 작은 이야기

by 기린이아빠

나는 육아휴직이라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전담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어 못해도 하루에 한 시간은 운전하게 된다. 매일 많은 차와 운전자를 목격하는데 오늘은 차량의 ‘비상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어린이집 근처에는 초등학교가 연달아 있어 동네 일대 구간이 대부분 어린이보호구역이기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며 운전한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것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길가에 불법주정차 차량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상가나 주변에 용무가 있다면 응당 주차장에 주차하고 비용이 있다면 지급하거나 해당 업장에서 할인받는 것이 상식이었던 나와는 다르게 보란 듯이 비상등만 켜놓고 도로 일부를 막고 있는 차들을 보면 씁쓸함이 밀려온다. 해당 구역이 불법주정차 금지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그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 듯하다. 마치 비상등으로 만사형통 프리패스를 행사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덕분에 교통은 혼잡해지고 보행자들 (특히 아이들)이 위험해지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서울대학교에서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 한 교수님이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 예찬론자) 하신 말씀이 기억났다. “테슬라 (향후 다른 차들도)가 더 발전해서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신고한다면 모든 사람이 도로교통법을 잘 지키지 않을까요?” 수긍은 되면서도 다소 답답하고 무섭기까지 한 상황일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근래 운전하다 보면 때로는 그 교수님 말씀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일정한 불이익이 있어야 사람들이 규칙을 지킨다는 현실 혹은 믿음은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 많은 규칙과 페널티가 발생하고 그것을 운영, 관리, 집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을 우리가 모두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이다. 동일하게 (물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부담하는 정도는 다를 것이다) 비용을 치르는 구조에서는 차라리 비용을 지급하고 규칙을 어겨 개인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고작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주차를 가지고 사회 전체의 비용과 세금 그리고 사사로운 이득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하는 것에 반감이 들거나 “뭐 고작 그런 걸로 그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어린이보호구역 내, 혹은 그밖에 라도 불법주정차는 사소한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용인을 해도 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과태료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과태료를 낼 만한 사람들이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일종의 주차 요금인 것일까?


개인적으로 사소한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중요한 규칙도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여기저기 비상등만 밝힌 채 운전자 없이 외로이 서 있는 불법주정차 차량을 보며 아이를 데리러 간다. 비상등은 무적이 아니다.


Written by 기린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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