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학교를 졸업한 아들에게.

by 선한

졸업을 한다기에 덤덤했는데,

오늘 너의 졸업식에 어찌나 마음이 뭉클하던지.

나는 눈물을 마스크 안에서 계속 훔쳤어.

오늘 너는 친구들과 함께 엄마. 아빠한데 인사를 하러 왔지.

처음 본 네 친구들은 모두 예의가 바르고 다정했어.

이런 친구들과 행복한 중등생활을 보냈는데,

엄마는 일한다는 이유로 네 친구들 이름도 모르고 한해를 보냈던 것 같아 미안함이 올라왔던 것 같아.


오늘 너는 선행상을 받았지.

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이 상을 받는 걸 보고, 그 부모가 1초 부러운 건 사실이지만,

선한 마음으로 묵묵히 중학교 생활을 잘 해냈다는 선행상을 수상한 너도 다 자라 사회에 나갔을 때 빛나지 않을까?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졸업식 내내, 16년동안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생각났어.

모든 게 어리버리 했던 초보엄마의 실수에도 항상 환하게 웃어줬던 너였어.

동생들이 태어났을 때, 질투는 커녕 너무나 좋아했지.

유독 몸이 약해 가슴 조릴 때가 많았어.

엄마는 네가 자주 아파서 학교도 못가고 일주일씩 누워있을 때, 네 옆에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도 감사했어.


외벌이 가정의 형편이 만만치 않았지만,

엄마를 그렇게 약한 너를 두고 일을 할 수 없었어.

조용한 집에서 동생들 학교 가고 남은 너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같이 기도했던 시간들이 보석같이 남아, 그 고요함과 평화스러움이 네안에 깃들어있는 것 같아.


이제 중학교 졸업을 하는 너는 제법 커서 많이 건강해졌고,

엄마는 그런 널 믿고 사회에 다시 나올 수 있게 되서 또한 감사해.

13년 경력단절여성으로 출발해서 전문성을 쌓아가는게 쉽진 않았지만.

너랑 같이 새벽까지 공부했던 시간들. 같이 들었던 멋진 음악.. 감탄을 하며 같이 봤던 수많은 영화..

그러면서 우리는 전우애가 생겼지.


엄마의 애씀을 보면서 세상은 만만치 않은 곳이라는 것을 너를 자연스럽게 알았을 거야.

하지만 수년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엄마가 무언가를 하나하나 이루어 가는 것을 보며 또한 느꼈을꺼야.

석사 졸업식을 너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너는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며 기뻐해주었지.



이렇게 우리 고등학교 생활도 잘 보내보자.

거창한 성과를 내려고 기를 쓰고 마음을 상하게 하기 보다는.

지금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자라주기를.

고등생활도 네 특유의 부드러움과 단단한 인내력으로 잘 견뎌주길. 더 성장하길.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길 수 있기를.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마무리하기를.

너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아이니까.

오늘 졸업식 때 너는 정말 빛났어. 사랑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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