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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펙트 Oct 11. 2024

[‘일‘기] 개똥밭에 굴러도 배울 점이 있다.

나를 미치게 하는 ‘일’에 대하여

야근을 했는데 잠을 설쳤다.

야근을 해서인 것 같다. 아직 일의 여운이 남아서 인지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꿈자리도 영 뒤숭숭했다.


 이번에 제안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분과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내게는 제법 자극이었다. 그분은 여태 내가 일했던 사람들하고는 많이 다른 캐릭터이다. 발표하고 생각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스스럼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나는 그렇지 못한 데다 유사한 연령대와 연차의 사람과 이렇게 일해보는 것은 처음이라 신경이 쓰였다. 내가 못하는 일을 애매하게 한 두해 연차도 나이도 어린 분에게 일임하고 속 편해할 만큼 쿨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주장을 내세우거나 업무 주도권을 가져가는 일, 이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은 회사 생활에서 내가 특히 취약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일이란 것이 결국에는 내 생각을 많이 관철시키고 결과물에 담을수록 일에 대한 재미도 커지고 성취감이 올라가는데 이 부분을 조율하는 것이 어려웠다. 최근 1년 간 거의 혼자 일을 하다가 다른 사람과 맞춰가야 하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이 분도 은근 자신의 지분을 챙겨서 문서를 되짚어보니 내 생각을 많이 반영했나 싶으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까리하다. 아무튼 뭐 그렇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것은 못나고 부족한 나 자신을 견뎌내는 것이라는 이슬아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일을 하면 내가 약한 부분을 자꾸만 마주해야만 한다. 아주 더디더라도 조금씩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견디는 것이다. 부족한 면이 많지만 이렇게 돌이켜보면서 다음엔 어떻게 더 개선시켜 볼지를 고민해 보는 내 모습은 좋다. 일하는 과정에서 오는 배움은 분명히 쓸모가 있다.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나의 자산으로 만들어야겠다. 어떤 일을 하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점을 생각해 내고 실행하며 사람과 어우러진다는 일의 본질은 동일하니까.


회의감과 무력감 속에 회사가 다니기 싫어 몸부림친 지가 한참이다. 그런데 나를 돌게 만드는 일이 오늘은 나를 약간 성장하게 한 것 같다. 역시 경험은 언제나 소중하다. 개똥 밭에 굴러도 배울 점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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