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고 익숙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을 때
"다녀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늘 들어왔던 말.
누군가 집에 들어오면서 툭 던지듯 건네는,
평범하고, 너무도 익숙했던 말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짧고 단순한 이 말들이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는
묘하게 큰 의미가 되어버렸다.
각자의 생활이 바빠지고,
서로 다른 시간에 집을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이 간단한 말 한마디조차
서로에게 건네기가 어려워졌다.
밤늦게 들어오고,
새벽에 조용히 나가고,
가끔은 집에 있지만 서로의 얼굴조차 마주치지 못한 채
하루가 끝나버리는 날들.
그러다 보면
"다녀왔어."
"잘 다녀와."
그 짧은 인사조차도
점점 멀어지게 된다.
어느 날,
방 안에 조용히 앉아 글을 쓰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모르게 숨을 죽였다.
혹시 오늘은,
"다녀왔습니다"
그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작은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조용히 발소리가 사라졌다.
괜히 가슴 어딘가가
서늘하게 식어버렸다.
그 짧은 한마디를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
내 존재를
가볍게 다룬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어딘가 서운한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려고 했던 순간,
상처가 되었다.
결국,
나는 다그치듯 소리쳤다.
"들어오면서 인사도 안 해?"
그리고 또 후회했다.
분노로 건넨 말은
다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상처로 돌아왔다.
그 짧은 순간,
서로의 눈빛은
더 차갑게 식어버렸다.
나는 알고 있다.
서로가 바쁘고,
서로가 힘들다는 걸.
감정의 여유가 없었다는 걸.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너무 쉽게
익숙한 말 한마디를
상처로 바꿔버렸다.
어쩌면,
"다녀왔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 짧은 말속에 기대고 있었던 건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
내가 소중하다는 것.
아주 작게라도 서로에게 남겨두고 싶었던 마음.
그래서 작은 무심함에도
나는 이렇게 쉽게 아프고 말았다.
사실 그건,
상대방의 잘못이기보다는
내 안에 오래된 상처가 건드려진 거였다.
나도 알고 있다.
세상은 빠르고,
사람들은 바쁘고,
말 한마디로 모든 걸 확인할 수 없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인사 한마디에
마음이 기뻤던 기억이,
사라지지 않아서.
오늘도 조용히 생각해 본다.
내가 듣고 싶었던 건,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너를 보고 있어."
"네가 돌아왔다는 걸 알아."
하는 조용한 마음의 신호였다는 걸.
그래서 오늘은
나 자신에게 먼저 인사해보려고 한다.
"오늘도 잘 다녀왔어."
다른 누구보다,
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