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존중하는 조용한 용기에 대하여
살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할 때가 많다.
싫어하는 사람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버텨내고,
가기 싫은 곳에도 억지로 발을 옮긴다.
어릴 때는
이런 것들이 다 '성숙'이라는 이름으로
당연한 줄 알았다.
"사회생활이니까."
"다들 그렇게 사니까."
그렇게 나를 설득하며
싫어하는 것들을 참는 법부터 먼저 배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깨닫게 된다.
참는다고 해서
내 마음이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는 걸.
싫은 건 여전히 싫었고,
억지로 맞추려다 보면
오히려 나 자신이 조금씩 부서져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품지 않기로.
피할 수 있는 건
피하기로.
처음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닐까?"
"이런 나약한 마음으로 괜찮을까?"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싫어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마음이 생각보다 훨씬 가벼워졌다는 걸.
억지로 끌고 가던 마음을
놓아버리는 순간,
숨이 트였다.
내가 나를 억압하던 끈을
스스로 풀어준 느낌.
싫어하는 사람과 거리를 둘 때,
마음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했다.
"나는 내 마음을 존중할 수 있다."
그 사실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억지로 맞추던 관계에서 벗어났을 때,
나를 소모시키는 일에서 물러났을 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몸으로 느꼈다.
이제는 안다.
싫어하는 것을 무조건 참는 건
미덕이 아니라
때때로
자기 자신을 잃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물론 세상은
모든 걸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때로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내 마음이 거부하는 것들을
억지로 껴안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를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싫어하는 것을 피할 때 느끼는 해방감은,
단순히 편안함을 넘어,
나를 인정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걸 불편해한다."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조용히 인정할 때,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속 작은 불편함을 무시하지 않는다.
억지로 삼키지 않는다.
조용히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조용히 걸어 나온다.
그게 나를 아끼는 방법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오늘도
내 마음을 살핀다.
무엇이 싫은지,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
그것을 알아가는 건
결코 비겁한 일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내가 나를 존중하는 조용한 용기다.
그리고 오늘도 다짐한다.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끌어안지 않아도 괜찮아.
나의 편이 되어주는 것,
그게 바로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