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시카, 거긴 어디인가요?
새미네는 유럽인답게 일찌감치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조금 이른 6월, 보름 동안 코르시카로 떠날 예정이라며 한참 전부터 책을 사서 읽고, 숙소며 배편까지 부지런히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 내게도 여행을 제안해 주었다.
새미네 가족은 여행을 갈 때마다 늘 내 상황을 먼저 물어봐주곤 했다. 함께할 수 있는지, 내가 원하지는 않는지. 동행이 어렵다면 조용히 나만의 휴가 시간이 주어졌다. 그 배려가 고마웠다.
코르시카라니. 나에겐 그곳이 나폴레옹의 고향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흔히 갈 수 없는 지중해의 섬, 그것도 혼자가 아닌 가족들과 함께 떠난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떴다. ‘옳다구나!’ 싶어 아무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그 여행이 얼마나 고된 여정이 될 줄은 미처 몰랐지만 말이다.
출발일 새벽. 아직 자고 있던 아이들을 깨워 체코의 국민차, 스코다(Skoda)에 몸을 실었다. 나는 처음 보는 차였지만, 유럽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브랜드였다. 새미네 집에는 폭스바겐 골프와 스코다 옥타비아, 이렇게 두 대가 있었는데, 그들은 왜인지 스코다를 더 자주 탔다. 두 개의 카시트가 설치된 뒷좌석에 끼어 앉아 길고 긴 여정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대륙에 속해 있지만, 사실상 섬 같은 나라다. 내가 살아오면서 자동차로 5시간 이상 이동해 본 경험은 손에 꼽는다. 그런데 여기서는 차를 타고 국경을 넘고, 어느새 표지판의 언어가 바뀌고, 건물 모양도, 풍경도 달라진다. 나에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공간감이었다. 낯설고도 흥미로운 변화들이 차창 밖으로 흘러갔다.
이 정도면 도착할 시간 아닌가 싶었지만, 아무리 달려도 끝이 없었다. 열 시간을 넘게 달리고 또 달려, 마침내 이탈리아 제노바에 도착했을 무렵엔 이미 진이 빠져 있었다.
멀미 탓에 여기가 어디인지, 바깥 풍경이 얼마나 이국적인지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차 안에서 사과로 끼니를 때우며, 아이들과 함께 구불구불한 도로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런데도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건, 여기서 페리를 타고도 다섯 시간을 더 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땅에서 충분히 흔들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바다 위에서 다시 흔들려야 한다니.
나는 흔들리는 배 안 화장실을 뒤뚱거리며 겨우 걸어가, 변기 위에 앉아 속을 부여잡고 생각했다.
‘내가 대체 왜 이 여행을 하겠다고 했을까.’
꼬박 하루를 자동차와 배 안에서 흔들린 끝에, 우리는 마침내 코르시카의 항구 도시 바스티아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