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상담
김혜련
알몸인 겨울나무 가지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있는 햇볕을
아파트 베란다로 모시고 와서
인생 상담을 부탁드린다
요즘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잠도 없는 잇몸이 헐어서 일어나고
집 나간 입맛은 달포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숭덩숭덩 빠져나가는 탈모의 강물은 점점 깊어지고
관절은 삐걱삐걱 밤낮없이 우는데
이래도 참고 살아야하는지
하소연하는 내 이마를 쓰다듬으며
힘겨운 세상살이 어디
너 혼자만 겪는 것이더냐
세상사람 누구나 다 겪는
호흡 같은 것이니 가슴 열고
심호흡 한 번 하란다
겨울 추위 앞에서 알몸으로 떨고 있는 나뭇가지한테
온기를 나누어주러 가야 한다며 햇살은
엉덩이에 묻은 몇 가닥 먼지를 털어내며
아파트 뒷동으로 서둘러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