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 시위
김혜련
재고처럼 쌓여 있는
1년 동안 모은 추억 한 박스를
낡은 캐리어에 담아
쓰레기소각장에 버리고 온 날
말수 없던 오른쪽 운동화가
평소와 다르게 바쁜 발길을 붙잡고 속내를 드러낸다
날씨가 너무 추워 얼른 집에 들어가
따뜻한 이불 속에 발 넣고 싶은데
눈치 없이 왜 말꼬리를 고드름 기둥처럼
뾰족하게 세우는 것인지
날마다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나도록 걷고 또 걸어
순천시민걷기왕 2관왕의 영예를 안겼건만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이 추운 날에도 노동착취를 하느냐며 일인 시위를 한다
다 좋은데 왜 하필 오늘같이 추운 날
그것도 쓰레기소각장에서
내 발목을 묶는지 몰염치한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